[노트북 단상] '답정너' 2030년 가덕신공항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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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사회부 차장

2006년 혼자 첫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기자는 출국 하루 전 KTX로 서울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일찍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5년째를 맞은 새 건물답게 넓은 규모와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했다. 지은 지 오래된 중소공항 규모의 김해공항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어 12시간 비행 뒤 내린 영국 히스로공항은 규모도 규모였지만,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북적거린 탓에 '글로벌'을 제대로 실감하게 했다. 또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찾은 프랑스 샤를드골공항에서는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했다. 터미널이 여러 곳인 걸 뒤늦게 알아채고 셔틀버스에서 잘못 내리는 바람에 드넓은 공항에서 우왕좌왕 헤맨 탓이다.

17년이 지난 지금, 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정은 좀 편해졌을까. 만 3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위축됐던 항공수요는 다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산에서 유럽이나 미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김해국제공항의 세계 직항 노선은 고작 10개에 불과해 대부분의 해외 노선은 인천국제공항을 거쳐가야 한다. 그런데도 김해에서 인천으로 바로 이어지는 연결편은 1개 항공사가 하루 2회 운영하는 게 전부이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결편 비용만 왕복 50만~60만 원이 소요된다. 그래서 인천 대신 일본이나 중국 등을 경유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도 부산에선 비일비재하다.

김해국제공항의 유럽 직항편 개설도 번번이 실패다. 지난 2007년부터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이 부산~인천~뮌헨 노선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2014년부터 부산~인천 구간만 운항을 중단했다. 핀에어의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하릴없이 연기돼 취항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7년 뒤 부산의 하늘길은 어떻게 될까. 2030년 이맘때쯤에는 ‘24시간 안전한’ 가덕신공항을 정말 이용할 수 있는 걸까.

사실 확답은 못 한다. 변수는 늘 존재하고, 가덕신공항 완공까지는 더 많은 변수가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2021년 제정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가덕신공항 건설은 법률에 따라 진행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된다’는 건 불변의 팩트다. 문제는 착공과 개항의 시기다. 부산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이 점이다.

공항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가덕신공항을 육상·해상 매립식으로 건설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완전 해상 매립식으로 지어 2035년 완공한다는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여러 대안 공법 제안을 통해 끈질기게 조기 개항을 주장한 부산시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가덕신공항이다. 물론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가덕신공항은 2030년에 개항돼야 하지만 말이다.

이제 국토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2030년까지 남은 7년여의 시간 동안 어떻게 공항을 지을 건지 상세한 일정을 발표하고 완공 시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다 너로!’ 부산 시민들에게 2030년 가덕신공항 개항은 ‘정해진 답’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할 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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