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성의학의 ‘용불용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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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발기부전으로 비뇨의학과를 찾는 분들 중에는 성관계 횟수가 많지 않은 환자가 많다. 문제는 성관계 횟수가 적으면 발기부전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관계를 통해 음경에 신선한 혈액이 제공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에 있어 적절한 빈도의 부부 관계는 치료 효과도 높이고 치료 결과도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발기부전을 치료하고자 하는 남성의 치료 의지와 달리, 중·노년 이후의 부부에서는 부부 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발기부전 환자가 진료를 받고 진료실 문을 나서면, 곧이어 여성 배우자가 들어와 처방전에서 발기부전약을 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부인이 나이가 들어 성관계를 꺼리게 되면, 정작 발기부전을 치료받고 있는 남성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잘 쓰지 않는, 소변의 배출 용도로만 쓰는 음경은 결국은 안 쓰는 기계에 녹이 슬듯 점점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라마르크가 주창한 진화생물학 이론인 ‘용불용설’이 성의학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아무리 명약이라 한들 한 달에 겨우 1~2회 복용해서는 어떻게 발기력이 되살아날 수 있겠는가. 궁여지책으로 성의학자들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용량을 낮추어서 최대한 자주 복용하는 식의 치료법을 연구했다.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주고자 성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혹은 이틀, 사흘에 한 번씩이라도 꾸준히 복용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노화돼 가는 음경 조직이 활력을 잃지 않게 하려는 시도이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얼마나 될까. 20~64세 한국 남성 2081명을 대상으로 성관계 횟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남성들의 월 평균 성관계 횟수는 5.2회였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월 평균 6.22회로 가장 왕성했다. 그 다음은 40대가 5.44회, 50대 이상이 4.6회, 20대가 4.2회 순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아무래도 미혼자이거나 학생인 경우가 많아 성관계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 성관계 횟수를 따져 보면 전문직이 월평균 6.2회, 공무원이 6.1회, 자영업자가 5.5회, 사무직이 5.3회, 노무직이 5.0회, 학생이 3.7회로 나타났으며 무직이 3.1회였다.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30대가 가장 왕성하게 성관계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많은 환자가 성기의 크기나 능력 못지않게 성관계 횟수에 대해 걱정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나이 들어 너무 밝힌다는 비난이 두려워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시는 분도 많다. 꺼져 가는 성기능 회복을 위해서 애쓰는 한국 남성들을 위해 이제는 여성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 된 것 같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남성들의 노력임은 분명하다. 젊었을 때 부인과의 애정과 신뢰를 적립해 놓지 않은 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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