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서 들끓는 ‘험지 출마론’… 인물·상황 맞아야 ‘효과 극대화’
‘텃세’극복할 개인 역량 필요
떠밀리듯 나서면 감동 못 줘
전당대회를 치르는 국민의힘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내홍에 빠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험지 출마’ 요구가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비주류가 주류에 속하는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해당 이슈를 제기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비윤(비윤석열) 선명성을 앞세운 천하람 후보가 험지 출마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6일 총선 공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과 현 지도부 인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차출 대상으로 꼽았다. 여기에 안철수, 황교안 후보조차 자신의 험지 출마 의지를 언급하며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영남의 친윤 핵심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도 당 주류인 ‘586’ 중진들의 용퇴와 험지 출마는 최근 몇 년 새 지속적인 화두가 됐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며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해 왔다. 그는 6일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개혁 방안과 관련, “수도권 ‘586’ 다선 의원들은 일단 험지로 가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청년·여성들이 좀 많이 진출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안방’이라고 불리는 호남도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내 핵심 인사나 중진 의원들이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의 취약지역에 도전하는 험지 출마는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새 인물 수혈을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총선 때마다 여야의 승부수로 거론됐고, 실제 여러 차례 활용됐다. 그러나 성과는 제각각이다.
최악의 실패는 3년 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이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끈 공천관리위원회가 쇄신 공천의 일환으로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강하게 압박해 이종구, 김용태, 김재원, 이혜훈 전 의원 등이 수도권 열세지역 등으로 지역구를 옮겼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모두 낙선했다. 반면 공관위 차출을 거부한 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의원은 자력 승리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복당했다. 반면 민주당 호남 중진인 정세균, 이낙연 전 의원은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도전, 승리하면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같은 당 김영춘·김부겸 전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수도권에서 영남으로 지역을 옮겨 승리한 뒤 단번에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