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거리다 치솟은 토지 보상비, 부산 유적지 복원 ‘빨간불’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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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좌수영 10년 동안 10% 매입
땅값 곱절 올라 사업 큰 차질
기장읍성·천성진성도 ‘하세월’
시간 흐를수록 사업비 더 늘듯
구·군 “부산시 적극적 지원 절실”

경상좌수영성지 등 부산시 주요 유적지 복원 사업이 치솟는 땅값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경상좌수영성 성곽 외부 원형을 추측할 수 있는 성벽과 수구, 치 등을 발굴한 모습. 부산일보DB 경상좌수영성지 등 부산시 주요 유적지 복원 사업이 치솟는 땅값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경상좌수영성 성곽 외부 원형을 추측할 수 있는 성벽과 수구, 치 등을 발굴한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 주요 유적지 복원 사업이 땅값 상승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치솟는 땅값에 사업지 매입이 힘들어지면서 복원 사업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사업 자체가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수영동에 위치한 경상좌수영성지는 복원 사업을 추진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와 수영구가 2011년 종합정비계획 용역을 발주하며 복원사업의 첫발을 뗐지만 부지 구입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구청은 당초 3만 6440㎡를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매입한 땅은 10%에도 못 미치는 3393㎡(9%)에 그쳤다.

경상좌수영은 조선 시대 동·남해안 전략 요충지를 방어하는 최전선 지휘본부로, 1972년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복원 사업 진척이 이처럼 더딘 것은 지가 상승으로 인한 사업비 부족 탓이다. 실제로 2011년 사업 초창기 책정된 토지 보상비는 210억 원 정도였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보상비는 남문쪽 필지 기준으로 4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보상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부산시 기념물 복원사업에 시비와 구비가 7대 3으로 투입되는 만큼 구청 입장에서 시비 지원이 없으면 사업 추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부산시 기념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래구 수안동 ‘동래부 동헌’의 경우 2012년 2346㎡ 부지 매입에 필요한 예상 비용을 238억~246억 원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약 300억 원가량으로 늘었다. 동래구청은 2027년 복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산시 예산 지원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기장군 기장읍에 위치한 기장읍성 역시 1999년 2만 7076㎡ 부지 매입에 필요한 비용을 186억 원으로 책정했으나 현재는 517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사업이 장기간 늦춰지면서 토지 매입비가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애초 준공 목표였던 2012년에서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완공 일자는 기약 없이 미뤄지는 중이다. 강서구 천성동의 천성진성도 땅값 상승으로 2015년 460억 원으로 예상됐던 토지 보상비가 현재는 540억 원으로 늘었다.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 기초자치단체들은 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되면서 해당 부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비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구군은 최대한 빨리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그나마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복원사업은 토지매입이 9할인데 땅값 상승으로 인해 토지 매입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복원을 완료하기 위해선 사업비가 절실한 상황인데 문화재 복원사업은 시의 예산 투입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시는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복원사업을 지원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수정비 사업비로 매년 예산 55억 원가량이 책정되는데 이 안에서 토지 매입과 보존처리를 지원하고 있어, 선별적으로 문화재 복원 사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구·군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사업신청서를 검토한 후 문화재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확인을 거쳐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한다. 이 때문에 작년에 토지를 매입하지 못한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올해도 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 문화체육국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복원에 충분한 돈을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문화재 복원 사업은 현재로선 긴 호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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