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의회, 고리원전 핵폐기장화 모른 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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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안전 지켜야 할 지방자치 보루
핵폐기장 반대 분명한 결의 보여야

고리2호기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저지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 중단과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고리2호기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저지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 중단과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7일 부산시의회에서 개최하려던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로드맵 설명회’가 부산 시민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건식저장시설은 다름 아닌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시설이다. 임시로 보관한다고는 하지만 시한이 명확하지 않아 자칫 부산이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한수원은 납득할 만한 대안 제시나 의견 수렴 없이 이번 설명회 시도처럼 건식저장시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목에 칼을 들이댄 꼴이니 부산 시민들이 어찌 반발하지 않겠는가.


부산처럼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밀집된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달리 찾기 어렵다. 옛 소련 시절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에서의 원전 사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만치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거기에 영구적일 수 있는 핵폐기장까지 떠안으라는 한수원의 요구는 지나치게 몰염치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친원전 정책을 몰아붙이고 중앙 정치권은 그에 편승해 핵폐기장 영구화를 초래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의 국회 처리에 거침이 없다. 그들에게 부산을 비롯한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한데도 해당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기장군은 문제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부산시도 “주민과 소통” 운운할 뿐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 더 한심한 건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에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처리가 임박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다. 부산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라 친원전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지역민의 생명이 걸린 현안에 침묵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형편에 그나마 부산 시민이 의지할 데는 부산시의회다. 시의회는 지방자치의 마지막 보루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 잇속에 연연하지 않는 기개가 필요하다. 부산이 영구적인 핵폐기장화가 될 위기에서 부산시의회는 한수원은 물론 정부, 지자체, 국회에 이를 분명히 반대한다는 결의를 보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 부산시의회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원전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영구저장 금지 결의안’을 발표한 울산시의회와 비교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부산시의회의 소신 있는 시민 우선 정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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