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지방의회 의원의 투잡 현실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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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지난달 ‘헌정사 첫 현역 기초 의회 의원의 군 복무’가 입법 미비 논란으로 이어져 보도된 바 있었다. 해당 의원 본인이 겸직 허가를 받았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 병무청이 직접 보도 자료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기초 의회 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과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한두 번의 문제도 한두 해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주민들에게 ‘투잡 뛰는 기초 의회 의원’의 현실은 더 이상 낯선 상황이 아니다. 무엇이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방자치의 제도적 의미를 직접 실행해야 할 기초 의회 의원들의 이런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2003년 지방자치법 개정 전까지 지방의회 의원직은 명예직이었다. 이는 지방자치 사무가 주민이 주된 직업을 가지면서 수행하는 시민적 자치행정이라는 이해를 전제로, 지방의회 의원의 봉사와 명예·업무의 비전문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선진국으로서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럽의 여러 나라들(영국·프랑스·독일)도 지방의회 의원직을 명예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실·공정성 위해 지방의원 유급화

과도한 겸직 관행 이해 충돌 우려

겸직 허용 범위 근본적 개선 필요

그러나 오늘날 행정의 전문성, 의원의 품위 유지와 직무에의 전념성 확보, 의원으로서의 근무시간이 많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2003년 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명예직으로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월정 수당이 지급되게 되었고, 지방의회 의원의 직이 유급직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직업이 아닌 봉사직으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런데 기초 의회가 개의되면 논의되는 반복적 논쟁 거리가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월정 수당의 적정성을 이유로 한 수당 인상 문제였다. 그리고 인상 반대의 주된 논거로 제시되곤 하는 게, 유동적 근무시간이라는 점과 겸직이 허용된다는 점이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으로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은 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한 허용된다. 법은 지방의회 의원에 대해 겸직금지의 경우를 규정하되 그 외의 겸직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를 두고 있다.

이러한 금지 대상이 아닌 직의 겸직 허용 구조 하에서 계속되었던 문제점이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으로 인한 이해 충돌 문제였다. 그래서 2021년 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은 허용하되, 겸직 신고 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하고, 지방의회 의장은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 행위가 지방의회 의원의 의무를 위반한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겸한 직의 사임을 권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의원 2명 중 1명 겸직, 4명 중 1명 유급 겸직’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면서,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개정 지방자치법이 의도한 겸직 내용 공개를 통한 이해 충돌 방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의 우려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 수행의 전념성 확보와 직무 집행의 공정성 확보가 우리 지방자치의 핵심적 근간임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지방의회 의원들의 성실의무와 영리 행위 금지 의무의 배경이다.

부산 전체 기초 의원 중 절반가량(49.1%)이 적어도 ‘투잡’을 뛰고 있고, 생계 등을 위해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논란이 적잖고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이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제 개정을 시작해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직을 유급직으로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 활동비 등 보수액을 주기적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직을 유급직으로 한 것이 의원들의 직무 전념, 이권 개입 방지, 품위 유지 등을 고려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생계유지’가 이유가 되는 투잡인을 만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국회의원의 영리 업무 및 겸직금지를 둘러싼 2013년도의 논쟁의 결과처럼,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직종을 특정하기 어렵고 포괄적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경우와 같이 의원의 겸직 및 영리 업무 금지 도입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당장 전면적인 겸직금지가 어렵다면, 겸직금지 범위 개선을 고민해 봐야 한다. 겸직금지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유능한 인사의 의회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고, 너무 좁게 설정하면 의회 활동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겸직금지 범위 설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겸직 허용 구조는 현실적으로건 제도적으로건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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