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제 “과로 사회 조장” “제조업계 숨통”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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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측 “추가 근무만 많아질 것”
업계 “업무 시간 효율적 운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두고 직장인 사이에서 ‘과로 사회’로의 역행이라며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개편안대로 근로시간 제도가 바뀐다면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측은 유연해진 근로시간 개편을 대체로 환영하는 상반된 분위기다.

7일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직장인과 노동계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개편안대로라면 휴식은커녕 장시간 근무만 가능해져 후진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만 커진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늘린다면 산재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주당 64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과로사 직전까지 일을 강제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직장인 김 모(27·경남 양산시) 씨는 “근로자의 재량에 따라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의 탁상행정 정책 같다”며 “근로시간 제도가 개편되면 지금보다 추가 근무만 많아지고 영세한 사업장은 상황이 더 심각해 과로사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집중 근무를 한 만큼 몰아서 쉴 수 있게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방침이지만 연차 휴가도 다 못 쓰는 현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에게 장기 휴가를 허용해 주는 회사는 드물고 인력 문제에도 공백이 생겨 실현 불가능한 대책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의 마이스업계에서 일하는 박 모(26) 씨는 “지금도 연차를 쓸 때 눈치가 보인다. 죽기 직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고밖에 안 보이는 정책”이라며 “장기 휴가라도 다녀왔다간 내 책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 있는데 누가 마음 편히 다녀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제조업계가 특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에서 용접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주)일흥의 이지현 대표는 “수주 상황에 따라 바쁠 때도 있고 느슨할 때가 있다. 주 단위로 최대 근무 시간을 52시간이라고 정해 두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근무 시간은 근로자와 합의 사항인 데다가 요즘 세상에 비상식적으로 근무 시간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의 가구 제조업체인 원준기업의 박찬원 대표는 “관급 납품을 하는 가구 제조회사는 방학과 신학기에 매우 바쁘고 1년에 4개월 정도는 비수기다.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잔업이 없다고 하면 월급이 적어지니 취업을 꺼리는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는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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