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강행에도 눈치만 보는 부산시의회” 비난 확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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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운동본부 강력 반발
한수원 ‘설명회’ 개최 무산
시의회 미온적 태도 질타
울산시의회는 “설치 반대”

고리2호기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저지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 중단과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고리2호기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저지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 중단과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고리원전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부산일보 2월 8일 자 8면 등 보도)를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시의회에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부울경 지역의 영구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저장시설 설치를 강행하는 한수원과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시의회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한수원은 7일 오후 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로드맵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부산시의 요청을 받은 한수원은 이날 안성민 시의회 의장,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 시의원 등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포화 시점, 원전별 건식저장시설 설치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개최 30여 분 전부터 대회의실 앞을 점거한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시의회는 설명회 개최를 취소했다.

부울경에 거점을 둔 146개 시민단체가 모인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범시민운동본부)는 설명회에 앞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한수원의 건식저장시설 설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안을 통과시킨 한수원이 부산시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의회에서 설치 로드맵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나섰다”면서 “부산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행태를 보이겠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시의회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일 안 의장을 만나 건식저장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 채택 등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시의회는 결의안 채택에 즉답을 피한 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울산시의회는 지난달 9일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 금지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울산시의회 의원 22명 중 2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결의안이 통과됐다"면서 시의회와 부산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은 정부 눈치만 보면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차성환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부산이 영구핵폐기장으로 전락하는데도 부산시의회와 부산 국회의원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울산시의회만 울산 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부산시의회는 한수원의 일방적인 설명회를 들을 게 아니라 지역민을 위해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시의회의 ‘정치 실종’을 지적하고 나서자 시의회는 뒤늦게 결의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안재권 위원장은 “이날 설명회는 다양한 의견을 듣자는 취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민들이 이렇게 반발한다면 재개최 여부 등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면서 “회기가 끝나는 오는 17일 반대 결의문을 상정할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7일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리원전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수원 측은 설계, 인허가 등 약 7년의 건설 과정을 거쳐 2030년 운영을 목표로 고리원전에 2880다발 규모의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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