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붕괴 우려… 대심도 공사 멈추고 안전 진단 먼저”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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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해도위, 긴급 현안 청취

“불안정한 지진 단층 일대서 발생
토석 대량 유출, 지반 약화 원인”
매뉴얼 부재·밀실 행정 등 질타
시 “대응 안일 인정… 수습 만전”

부산시의회가 7일 열린 해양도시안전위 회의에서 지난달 25일 토사 유출 붕괴 사고가 발생한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심성태 부산시건설본부장이 이날 해도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7일 열린 해양도시안전위 회의에서 지난달 25일 토사 유출 붕괴 사고가 발생한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심성태 부산시건설본부장이 이날 해도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지난달 25일 토사 유출 붕괴 사고가 발생한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건설을 당장 중단하고 안전 진단부터 철저히 실시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는 제312회 임시회 첫날인 7일 제1차 상임위 회의에서 대심도 건설 현장 토사 유출 붕괴 사고를 긴급 현안으로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해도위 시의원들과 부산시 심성태 건설본부장을 비롯한 건설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2차 붕괴 사고를 우려하며 공사를 중단하라고 입을 모았다. 시의원들은 이번 사고로 25t 트럭 40대 분량인 750㎥의 돌과 흙이 유출돼 주변 지반이 약해졌고 이 일대가 지진 단층 지반이어서 불안정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종철(부산 기장1) 의원은 “부산대 논문에 따르면, 대심도 사고 구간은 동래 활성지진 단층 파쇄대 지역으로 지반이 매우 불안정하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구포역 무궁화호 탈선, 최근 균열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된 개성여고 등의 사고는 모두 지진 단층에서 발생했다”며 “대심도 건설 현장에서 토사 유출을 의심하게 하는 소음 민원이 170여 건 이상 접수됐는데 시가 안일하게 대처했다. 활성 단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건설을 중단하고 안전 진단부터 확실히 해 주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말숙(해운대2) 의원은 “토사가 유출돼 지반이 텅 비어 있는 상황에서 만약에 호우성 폭우라도 쏟아진다면 2차 붕괴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최대한 사고 수습을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시가 사고 현장에 재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에 따른 관리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에도 강도 높은 비판이 뒤따랐다. 시는 대심도 공사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번 토사 유출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재난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재난 매뉴얼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현달(남3) 의원은 “부산은 제2의 도시이고 대심도와 같은 대규모 터널 공사가 많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현재까지 제대로 된 재난 매뉴얼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앞두고 매뉴얼도 없는 위험천만한 공사 현장을 그냥 두고 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승연(수영2) 의원은 “5년 전 시행된 지하안전법에 따라 지하안전관리계획 수립이 의무화됐으나 대심도에는 적용이 안 되고 있다”며 “다만, 특별법에 따라 대심도에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했으나 관련 시스템에 등재가 안 돼 있다.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등재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의원들은 ‘밀실 행정’ 의혹을 초래한 시 행정도 문제로 삼았다. 서국보(동래3) 의원은 “토사 유출이 처음은 아니지 않나. 이번에 시가 늑장 보고한 걸 보면 그동안 시민을 여러 번 속이려고 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된다. 토사 유출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동안 숨기고 있다가 도시철도 서행 운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표한 것 아니냐고 시민은 의심한다”고 말했다. 강주택(중) 의원은 “25t 트럭 40대 규모는 적은 양이 아니다. 혹시 남모르게 감추려고 나흘이나 보고를 미룬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안재권(연제1) 해양도시안전위원장은 “시가 이번 사고를 숨기려고 한 의혹이 제기되자 시민은 더 이상 시 행정을 믿지 않는다. 부산에 대형 건설 현장이 많은데 시민이 어떻게 시를 믿고 생활하겠느냐”며 “시민이 행정을 보다 신뢰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보다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심 건설본부장은 “시 건설본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 도심 지하 터널은 암석이 적고 토사가 많아 지반이 불안정한데 암석이 많은 산악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게 판단해 토사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대심도에도 재난 매뉴얼을 구축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가동해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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