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09) 스승 송혜수로부터… 김정명 ‘풀밭 위의 식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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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1942~)은 늘 신선한 감성으로 도전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전성기였던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근자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변함이 없다. 그의 아방가르드한 발상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어려서 스승으로 모셨던 송혜수의 영향이 크다. 송혜수는 공교육 현장이 아닌 ‘송혜수미술연구소’를 개설하고 자신만의 교수법으로 미술을 가르쳤다. 대표적인 제자로 전준자, 안창홍, 허황 그리고 김정명을 들 수 있다.

김정명은 고등학교 시절 송혜수가 자신이 목탄으로 공들여 그린 석고상 그림의 반을 싹 지우고는 ‘이것이 더 좋지 않아?’라고 한 충격적인 기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음양을 크게 봐야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늦게 깨우치게 되었다. 이후에도 송혜수가 가르치는 특이한 방식은 김정명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미술연구소에서 송혜수와 같이 지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림에서도 비슷한 필치와 화풍도 많이 나타났으나, 예술가적인 사유에 대한 자극도 크게 받아 작가로서의 철학적 기본 개념을 깨치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정명은 최근 인터뷰에서 “요즘도 오래전에 작고한 스승 송혜수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고 감사의 기도를 한다”며 송혜수 선생 덕분에 지금까지도 창작을 통한 마음의 여행을 할 수 있어 고마워한다는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일찍이 재료와 기법에서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명은 ‘한국미술청년작가회전’ ‘앙데팡당전’ ‘WORK 현대미술연구회전’ ‘공간전’ ‘POINT 현대미술회전’ 등에 참여했다. 그는 작업에 있어서 평면과 입체의 기술적 방법에서나 회화, 조각이라는 장르적 표현영역에 구애받지 않는다. 장르를 넘나들며 유연하고 다양한 표현 방법을 통해 아이디어로서의 미술에 전념하였으며, 기존 예술개념을 전복하는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다.

김정명이 1975년 전시장에 설치했던 ‘풀밭 위의 식사 이후’는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설치작품이다. 젊은 세대의 대표적 놀이 문화였던 소풍을 풍자한 작품이다. 풀밭 위에 기타, 도시락, 먹다 남은 음식물, 속치마 등을 놓아뒀다. 소풍을 마치고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설치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 서울 중심으로 실험미술이 성행하기는 했지만,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성향으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 설치작품은 부산시립미술관이 매뉴얼 만을 소장하고 있으며, 작품이 전시 될 경우 매뉴얼에 따라 재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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