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시재생 통해 ‘퍼스트 로컬’로 나아가야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역발상 트렌드 2023/민병운 외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 명소가 된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전경. 부산일보DB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 명소가 된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전경. 부산일보DB

저출산 생산 독려에서 고효율 가치 돌봄

인간 대체가 아닌 상생하는 인공지능

메가 트렌드 뒤집는 역발상 전략 소개

트렌드 쫓기보다 ‘발상의 전환’ 강조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다. 노동 인구 감소와 부양 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 위기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책과 지원이 부족해서 출산율이 낮은 것일까? ‘저출산 생산 독려’라는 메가 트렌드 아래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특정 시기까지는 시나 정부 차원에서 금전적·정책적 지원을 제공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이를 ‘키우는’ 부담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 된다. 초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아이를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킬지, 어떤 교육을 받게 할 것이고, 어떤 공동체에서 자라게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어떤 인재로 성장시킬지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차라리 아이를 안 낳겠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반면 저출산 국가의 대명사인 일본은 차츰 출산율을 회복하고 있다. 2005년 1.25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21년 1.30명까지 상승시켰고, 2060년대 들어서면 1.5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생산자적 관점에서 출산만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고, 부모가 건강하게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주목했다. 출산이 끝이 아니라, 출산 이후의 육아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분위기는 기업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일본 무역회사 이토추 상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8시 이후 야근 금지, 아침 일찍 출근하면 빨리 퇴근하는 근무여건 도입 등 모든 직원이 평등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갔다.

국내에도 모범 사례는 있다. 패스트파이브(Fastfive)는 공유 오피스 최초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패스트파이브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공유 오피스 이용자들의 육아 부담을 덜고, 아동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고자 개원한 이 어린이집은 기존의 어린이집보다 더 많은 예산을 자체적으로 투입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 대 5로 맞췄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12시간 동안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내 어린이집이 이제 1인 기업, 소기업, 중소기업 등의 직원들도 누릴 수 있도록 역발상 트렌드인 ‘고효율 가치 돌봄’ 문화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를 가치 있게 돌볼 수 있을 때, 저출산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인다.


<역발상 트렌드 2023> 표지 <역발상 트렌드 2023> 표지

<역발상 트렌드 2023>은 메가 트렌드를 뒤집는 역발상 전략 15개를 담았다. 저자들의 주장은 ‘어떤 트렌드든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고 흐름을 역행하는 순간 또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역발상 트렌드는 단순히 메가 트렌드의 틈새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아니다. 메가 트렌드의 대척점에서 메가 트렌드만큼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들은 2023년을 전망한 40여 권의 트렌드 책들을 분석해 15개의 메가 트렌드를 분류했다. 저자들은 이 메가 트렌드들이 안고 있는 한계점과 역효과를 빅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짚어 보고 각각의 대안으로 15가지 역발상 트렌드를 제시했다.

15개의 메가트렌드와 역발상 트렌드(괄호 안)는 다음과 같다. 알파세대(열정 시대), 불경기 비관주의자(똑똑한 기회주의자), 메타커머스(믹스버스), 주4일제와 워케이션(규칙 없는 조직문화), 인덱스 관계(플로우 관계), 아바타 사회(셀프 아웃 사회), 선택적인 OTT(필수적인 TV), 현실 복제 메타버스(현실 개선 온라인 서비스), 기업을 위한 버추얼 휴먼(고객을 위한 버추얼 휴먼), 민간의 웹 3.0(정부의 웹 3.0), 선제적 대응 기술(선제적 개인정보 보호 기술), 인간 대체 인공지능(상생하는 인공지능), 세컨드 하우스(퍼스트 로컬), 저출산 생산 독려(고효율 가치 돌봄), 비대면 진료(선제적 예방)이다.

지방이 ‘세컨드 하우스’를 넘어 ‘퍼스트 로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에 답이 있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도시재생은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도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지역의 삶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지역에 살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특성에 매료돼 이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 강릉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부터 17억 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 서부시장의 내·외관을 재정비하고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활기를 되찾았다. 시장 상인과 청년 사업가들이 현지 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시장을 플랫폼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저자들은 지방이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만 소비되거나 단기간 머무는 워케이션 장소로 머물게 아니라 생산하는 지방이 돼야 퍼스트 로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과 기업이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지역 중심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지역 중심의 도시 재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이 생산적인 로컬리즘으로 세컨드 하우스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들은 “너무 많은 트렌드 책이 매년 시장과 소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트렌드가 곧 시장’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역발상 트렌드를 통해 메가 트렌드를 뒤집어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병운·정휘관·진대연 지음/부키/352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