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강제징용 문제 봉합한 한·일… 미 주도 ‘3각 공조’ 급물살 타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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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한 정부 해결책 발표 주목
미 행정부 이어 공화당도 환영
북·중 대응 위한 3국 협력 강조
“한, 줄 수 있는 이상 양보” 평가에
“일 도덕적 리더십 한계” 지적도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뒤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 6일 도쿄 집무실에서 이날 발표된 한국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뒤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 6일 도쿄 집무실에서 이날 발표된 한국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부산일보 지난 7일 자 1·3면 보도)한 사실을 두고 한·일 양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했다. 두 나라 간 끝나지 않을 듯하던 과거사 논쟁이 일단락되면 한·일이 공동으로 처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하고,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의 삼각공조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외신은 한국의 양보로 강제징용 피해자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 못하는 일본의 리더십 한계도 언급했다.


■한·일 과거사 극복 반색하는 미국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한 외신은 대표적으로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을 꼽을 수 있다. 대통령실도 이번 발표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해당 매체의 칼럼을 소개할 정도였다. 글쓴이는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제로이드 라이디로 그는 한국과 일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칼럼 ‘이번 한·일 합의가 또 다시 실패해선 안 된다’에서 “지난해 보수 정권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와 일본의 싸늘한 반응에도 이번 합의에 목을 맸다는 점에서 그의 의지는 칭찬받아야 한다”며 “한·일 관계는 일본에 있어서 한국만큼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고 썼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이 문제 해결에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을 라이디가 재차 강조한 셈이다.

라이디는 또 “식민지 지배자로서 일본의 행동은 결코 잊혀질 수 없지만, 영국과 아일랜드 등 유사한 역사를 가진 다른 나라들은 오래전 선조들이 만든 과거 불만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며 “두 나라는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에 위협받고 있다. 또 중국에 첨단 기술 이전을 억제하고 대만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한·일은 매우 중요한 동맹이다”고 역설했다. 북한과 중국에 맞서는 한·미·일의 공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칼럼에서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그의 주장은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고통받은 한국인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겼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결책 발표에 환영 메시지를 냈을뿐만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 또한 이에 동조했다. 존 코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동맹국들의 관계가 강화되면 미국이 이득을 본다”면서 “중국에 대항하는 태평양의 중요한 동맹 한·일이 과거사 관련 합의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토드 영 상원의원도 “한·일의 관계 강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며 미국의 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에 화답하듯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 발표 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대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 ‘쿼드’ 산하 실무그룹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의 쿼드 실무그룹 참여는 4월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의제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손 내민 한국, 공은 일본에

외신은 한국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에 한국이 일본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고 해석하는 보도를 냈다. 국내적으로 백기투항 외교치욕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국제 관계에서 먼저 배력하고 양보한 한국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동시에 이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국제정책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준 타협”이라며 “일본은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마지못해 협상에 끌려 나왔고 아직도 한·일간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도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타협이다. 이 작품을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면서 “한국인은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 갈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갔다”고 강조했다.

몇몇 외신에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풀어가려는 일본의 진정성 부족과 책임 회피도 언급됐다. 로렌 리차드슨 호주국립대학 일본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들은 이번 합의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정말로 책임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며 “단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번 합의를 보고 일본 정부가 어떤 의미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말할 것이다”고 CNN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카타 야스요 간다국제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한국은 한·일 관계의 미래와 현재 두 나라가 처한 전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일본도 그렇다”며 “일본은 좀 더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하고, 일본은 그럴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10%로 지지율이 떨어져도 한·일관계를 개선시킨다”고 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정말 지지율을 깎아먹을 수 있는 강제징용 해법을 서둘러서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법률적으로 접근하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의 책임이 완료됐다는 일본 논리와 비슷해진다”며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도 이를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국의 조치에 다소 미온적인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은 언제가 한국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며 “우리 정부가 계속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도 이를 뿌리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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