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블록체인 특구 부산,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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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방향 잃고 산업협회는 존폐 위기
산업 생태계 육성 마스터플랜 새로 짜야

2021년 9월 7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 일곱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 발기인 대회 및 창립총회가 열렸다. 신한은행 제공 2021년 9월 7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 일곱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 발기인 대회 및 창립총회가 열렸다. 신한은행 제공

블록체인을 지역의 혁신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부산시의 계획이 길을 잃고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구심점 역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디지털거래소 설립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기업들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시가 제대로 된 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이대로 가다간 블록체인 특구 부산은 산업은 없이 허울만 남은 채 막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시가 관련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산업 육성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21년 9월 설립된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는 발족 1년여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협회가 최근 1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2023년 협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는데 회원사들이 납부를 거부하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협회에는 회장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신한은행, 부산은행, 키움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사와 블록체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표면에 내걸었지만 속내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참여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거래소 설립이 파행을 겪자 협회 활동에 미온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협회의 위기는 지난달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원사들이 거래소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예견됐다. 시가 하반기 거래소 설립을 공언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없다는 불만이었다. 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이 2년여간 지지부진하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디지털상품거래소로 바꾸고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을 제외했다. 여기다 최근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O)을 자본시장법에 편입시켜 기존 금융권에서 취급하게 하면서 디지털상품거래소의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협회에 가입했던 금융사들은 부산 거래소와 별개로 자체 토큰 증권 업무 준비에 바쁘고 블록체인 기업들은 가상 자산이 빠지면서 참여 이유가 없어져 협회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부산이 2019년 7월 블록체인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된 후 4년이 다 돼 가지만 당초 기대했던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실증 사업들의 산업화도 지지부진한 데다 새로운 사업 발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도권 등에서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부산 이전을 약속했지만 실질적 기업 이전은 미미하다. 이런 와중에 디지털거래소도 방향을 잃으면서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의 추락 등 대외적 환경 변화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대한 마스터플랜 부재다. 시의 새로운 방향 설정과 분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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