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아동 돌봄센터 ‘쌍방 폭로전’에 동심 멍들라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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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조, 법인 대표 횡령 의혹 제기
“물품 구입비·기부금 등 빼돌렸다” 주장
법인 대표 “앙심 품은 보복” 반박
거제시 “사실 확인 뒤 수사 의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노동조합은 8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함께돌봄센터 3호점을 수탁 운영 중인 민간 법인 대표가 시 보조금을 횡령했다며 철저한 조사와 공익제보자 보호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노동조합은 8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함께돌봄센터 3호점을 수탁 운영 중인 민간 법인 대표가 시 보조금을 횡령했다며 철저한 조사와 공익제보자 보호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로부터 아동돌봄시설을 위탁받은 민간 법인 대표가 지자체 보조금을 빼돌리고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내부자 작심 폭로에 법인 측도 제보자 비위 사실을 일일이 열거하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어른들 진흙탕 싸움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노동조합에 따르면 거제시 다함께돌봄센터 3호점 센터장 A 씨는 최근 시설 수탁법인 대표 B 씨를 보조금 횡령과 기부금 부당 운영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 씨는 고발장에서 B 씨가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6개월간 3호점 바이올린 강사로 일했던 C 씨로부터 월 강습료 40만 원 중 절반인 2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페이백)고 주장했다. 또 작년 3월부턴 직접 바이올린 수업을 진행하면서 매월 40만 원을 받았는데, 본인이 아닌 타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물품 구매비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A 씨는 작년 11월 B 씨 지시로 한 악기사에 바이올린 구매비 90만 원을 입금했지만 정작 악기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법인 실무자가 악기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B 씨는 뒤늦게 헌 바이올린 3개를 가져와 센터에 두곤 새 바이올린 3개가 찍힌 사진을 보내 거짓 증빙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3호점은 지난해 10월, 11월, 12월 총 3차례에 걸쳐 센터 아동이 참여하는 음악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센터로 들어온 후원금을 B 씨가 영수증 처리나 전용계좌에 입금하지 말고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현행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은 후원금을 받는 경우 후원자에게 영수증을 발행하고 후원금 전용계좌를 통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수입과 사용 결과는 행정관청에 보고하고 게시판이나 인터넷 등에도 공개해야 한다.

노조는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기관인 거제시는 공익제보자를 의심하고 되려 책임을 묻는 등 비인권적인 행위를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처리 과정에서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법인 대표도 곧장 반박에 나섰다. B 씨는 법인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강습료 문제는 애초 강사로 등록했던 C 씨가 개인 사정으로 수업을 할 수 없게 돼 B 씨가 대신 수업했는데 센터장 실수로 강습료가 C 씨에게 입금됐고, 미안한 마음에 개인적으로 마음을 표하면서 발생한 개인적인 돈거래라는 설명이다.

바이올린 구입비 횡령과 기부금 유용 의혹은 센터장 착각 또는 업무 미숙으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일축했다. 중고 바이올린 3대는 법인에서 센터에 무상으로 제공한 기부품으로 새로 구입한 악기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또 음악회 후원금을 비롯한 모든 기부금은 전용계좌에 입금한 뒤 홈택스에 게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건의 시작은 센터장의 부당한 업무 처리에 대한 진짜 공익제보자들의 민원에서 시작됐다”면서 “이를 징계하려는 법인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에 따르면 지난 1월 센터장의 아동선별과정 부정, 운영규정 임의운용, 근무태만 등에 대해 거제시에 민원이 제기됐다. 내부 조사 결과 센터장의 후원금‧공공물품 횡령, 문서 위조, 근무 시간 미준수, 근무지 무단이탈, 공공기관 사적 운영, 일 떠넘기기 등 다수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

이에 법인이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하려고 했지만, 센터장 주도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비협조로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법인은 “센터 회계를 포함한 모든 운영권한은 센터장인 A 씨가 갖고 있다. 법인은 일절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부정을 알고도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사이 A 씨와 그에 동조하는 일부 위원들로 인해 애꿎은 아동들과 보호자 그리고 법인이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역 아동을 위한 공공시설 공동운영주체로서 지역주민들께 심려와 불편함을 끼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지역민들께 사죄드린다”며 “조속한 시일 내 제발 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제공

거제시는 추가 실태 점검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지난 2, 3일 해당 법인이 운영 중인 센터 3, 5호점을 대상으로 보조금 목적 외 사용 여부, 후원금 관리 실태, 기타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일부 부적정한 사항을 파악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적 검토 충분히 돼야 한다. 하루, 이틀 만에 결론 날 사안은 아니다”면서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수사 의뢰, 계약 해지 등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경우라도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시설과 계획된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함께돌봄센터는 맞벌이 가구의 양육부담 완화와 초등생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거제시가 민간 법인에 위탁 중인 시설이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6~12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약을 토대로 단지 내 시설을 활용하는 형태로 거제엔 5곳이 운영 중이다. 시는 인건비, 운영‧활동비로 매년 1곳당 1억 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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