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추진 더딘데 회비 내라니” 부산블록체인협 1년 새 존폐 기로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 주도, 금융사 등 15곳 가입
디지털자산거래소 참여권 목적
추진 부진해 ‘협회 무용론’ 대두
일부 회원사 납부 거부 움직임

지난해 10월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2)’. 부산일보DB 지난해 10월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2)’. 부산일보DB

부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2021년 9월에 만들어진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가 발족 1년여 만에 존폐 위기로 몰렸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참여가 속내였던 회원사들이 더딘 거래소 추진으로 협회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쌓였던 불만이 터지며 협회비 납부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9일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6일 1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2023년도 협회비 납부 공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협회 회원사는 회장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신한은행, 부산은행, 키움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사와 그 외 블록체인 기업들로 구성된다. 이중 회장사(1곳) 1억 원, 부회장사(12곳) 5000만 원, 정회원(1곳) 2000만 원의 연간 협회비를 내도록 했다. 특별회원 1곳의 협회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납부 기간은 3월 말까지다.

협회비 공문이 발송되자 그간 쌓였던 회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불만은 지지부진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 상황에서부터 비롯됐다.

협회는 2021년 9월 부산시 주도로 만들어졌다. 협회 설립의 표면상 목적은 부산 블록체인 산업 육성이었지만, 회원사들의 실제 목적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참여였다. 당시 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공언한 상황에서 향후 거래소 참여사를 선정할 때 ‘우대권’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거래소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초 취급하려 했던 가상자산이나 토큰증권(STO)을 취급 상품에서 제외했다. 토큰증권은 기존 금융권에서 취급하라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부 금융사들은 부산 거래소와는 별개로 토큰증권 업무 준비로 분주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원사들로선 협회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지난해 연말 발족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의 존재도 회원사 불만에 일조했다. 추진위원 상당수가 기존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들로 구성된 만큼 향후 거래소 설립 후 주도권 분쟁의 우려도 제기됐다. 일방적으로 거래소 취급 상품에서 가상자산 등을 제외한 것도 추진위였다.

불만은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김태경 협회 이사장의 사업보고 직후 일부 회원사에게서 “거래소 참여를 목적으로 협회에 가입했는데, 협회의 역할이나 성과, 거래소 추진 방향성 등 어느 것 하나 선명한 것이 없다”는 내용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에는 협회 탈퇴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협회비 납부 공문이 돌자 상황은 좀 더 악화됐다. 일부 회원사가 협회비 납부 자체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협회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탈퇴를 의미한다.

A사는 “향후 부산 거래소 참여 주도권을 줄 것처럼 암시하며 회원사별로 5000만~1억 원의 연회비를 받아 협회를 설립하고선 정작 거래소 추진 과정에 회원사 의견 반영은커녕 시와 추진위 입맛대로 거래소 형태마저 수 차례 바꿔가며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고액의 연회비를 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B사 역시 “회비를 납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납부 마감일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른 회원사 분위기 등을 살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부산 거래소만 보고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들이 현 상황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간다”면서도 “거래소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협회로서도 회원사를 달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