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 학부 학생회비 납부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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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이고 신뢰 안 가” vs “강제 아니고 학생 위해 써”

평균 4년치 기준 20만 원 수준
대면 학기에 신입생 부담 커져
“불이익 우려, 대학 직접 관리를”
“MT 등 행사 지출, 내역도 공개”

한 대학 학부 학생회가 배부한 ‘신입생 안내문’. 독자 제공 한 대학 학부 학생회가 배부한 ‘신입생 안내문’. 독자 제공

신학기마다 반복돼 온 대학의 학생회비 납부 문제가 한동안 주춤하다 최근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확산 때에는 대면 행사가 적어 대부분 회비를 내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대면 행사가 일상화되면서 신입생 부담이 더 커졌다.

올해 인제대에 입학한 A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가 학부 학생회장으로부터 안내문을 받았다. ‘학부모님께’로 시작되는 안내문에는 ‘신입·재학생이 쾌적한 학업환경과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4년치 학생회비 23만 원을 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가뜩이나 등록금 마련으로 부담을 느꼈을 부모님께 안내문을 주기가 미안하다”며 “한편으로는 안 내면 학교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인제대뿐만 아니라 부산·경남의 대학 대부분이 학부 학생회 주관으로 신입생에게 학생회비를 걷고 있다. 4년치를 한꺼번에 받는 경우와 매 학기로 나눠 받는 등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4년치 기준 평균 20만 원대였다.

부산대 관계자는 “매 학기 등록금을 낼 때 학부에 따라 1만~2만 원 정도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동아대와 부경대는 신입생 때 한 번에 20만 원 내외로 낸다.

부산대 신입생 B 씨는 “사실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강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선배 눈치가 보인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며 “학생회비는 입학식·MT·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 진행을 위해 걷는다. 그때그때 받는 것보다 비용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MT를 갈 때 학생회비를 안 낸 학생은 1인당 6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낸 학생은 2만~4만 원을 내면 된다는 게 학생회 측의 설명이다. 또 이 관계자는 “코로나가 심할 때는 회비를 시험 기간 야식 배부, 필요 물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며 “사용 내역은 종강총회 때 공개하며 수시로 확인도 가능하다. 학생회를 운영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부모 다수는 학부 학생회가 별도로 회비를 걷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동아대 신입생의 학부모는 “등록금 고지서와 총학생회비가 함께 나와 납부했다. 그런데 학부 학생회비를 4년치 더 내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 내자니 부모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제대 신입생의 학부모도 “왜 안내문에 학생 개인 계좌가 적혀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은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방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학교 행사에 돈이 필요하다면 대학 차원에서, 총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발송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인제대 관계자는 “예전부터 불거졌던 문제이긴 하다. 학생회 측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불이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며 “학부 학생회는 학생자치기구라 학교가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가 제재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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