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설립 급한 학교부지 볼모 131억 이자놀이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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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중·고교 용지에 83억 부과
경남 중학교 1곳 부지에도 48억
학교용지법 외면 훈령 적용 고수
과밀학급 해소 등 공익 필요에도
“주변 시세보다 싸다” 배짱 땅장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전경.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전경.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신들이 조성한 택지의 학교 용지에 이자 수십억 원을 부과하는 ‘땅장사’(부산일보 2월 7일 자 1면 등 보도)를 통해 부울경에서만 최소 131억 원(지난해 12월 기준)의 이자 수입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학교 설립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외면한 채 이윤에만 몰두해 신도시의 필수시설 조성을 막음으로써 과밀 학급에 시달리는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9일 “다음 달 열릴 예정인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기장군 정관신도시 정관 2중학교(가칭)의 학교 설립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7년 개교할 예정인 정관 2중은 용지 매입비 64억 원에 이자 39억 원(지난해 12월 기준)을 가산해 총 용지 비용 103억 원으로 교육부 설립 심사를 받게 됐다. 교육부 심사 이후 토지 매입 절차가 이뤄지면 용지 매입 시기를 기준으로 이자만 최소 4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는 매년 5%씩 가산된다.

경남 양산시 석금산 신도시에서는 학교 설립이 LH 이자의 벽에 부딪혔다. 경남교육청은 양산시 금산리 일대 학교 용지 1만㎡를 LH로부터 사들여 중학교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애초 74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매입비용은 LH가 청구한 지난해 말 기준 이자 48억 원을 더해 122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두 학교는 모두 20학급 미만이다. 20학급 미만의 소규모 학교 조성 사업에서 용지 매입 비용만 100억 원이 넘게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같이 용지 비용이 치솟는 바람에 공사비 200억 원 이상을 감안하면 총 예산은 300억 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300억 원 미만일 경우 교육청에서 자체 심사로 학교 설립 절차를 밟게 되지만 300억 원을 넘으면 까다로운 교육부 심사를 거쳐야 해 학교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2000년대 후반에 조성돼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한 신도시 학교 용지에서 LH가 ‘이자 장사’를 하면서 공기업이 아니라 ‘땅장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0년 이전에 조성한 부울경의 학교 용지 3곳인 정관신도시 정관 2중(이자 39억 원), 정관 4고등학교(이자 44억 원), 금산리 중학교(이자 48억 원)의 이자 수익만 지난해 말 기준 131억 원에 달한다. 신도시 과밀 학급 해소, 교육 인프라 구축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학교 설립을 볼모로 LH는 땅장사를 하는 셈이다. LH 측은 “3곳 모두 이자를 가산해도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익적 성격이 강한 학교 용지의 기본 취지를 무시한 설명이어서 당장 학교 설립에 아우성치는 지역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정관신도시에 정관 2중이 신설되지 못하면 정관신도시의 학급당 학생 수는 34.6명이어서 학생들은 최악의 교육 여건에 시달리게 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6일 이한준 LH 사장을 만나 학교 용지 이자 부과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LH 측은 이자 부과 원칙을 고수했다. LH 측은 ‘국토부 훈령에 따라 매각 시 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인 학교용지특례법의 ‘학교 용지를 무상 공급하고 무상 공급이 어려운 경우 조성 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 있다’는 문구의 취지와 배치된다. 시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은 공동으로 다음 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안건으로 LH의 이자 부과를 상정할 계획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안건이 되면 교육부장관에게 건의돼 정부 정책 조정 사항으로 상정된다.

LH는 이자 부과의 법적 근거가 명확한데다 조성 원가가 수십 년 전 것이어서 이자를 부과해도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이 늦어져서 발생하는 재산세 등 기타비용을 공평 부담하자는 취지다”라며 “LH가 특별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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