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시력 잃은 딸에게 분유, 본인은 외식...4세 여아가 겨우 7kg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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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당시 몸무게 7kg…또래의 절반도 안돼
폭행으로 ‘사시’ 증세 딸에게 반 년간 분유만
“밥 주세요”하면 폭행…발작에도 5시간 방치
검찰 “부모, 아니 사람의 행동인가” 무기징역 구형
20대 친모 “속죄하며 살겠다”…학부모들, 엄벌 탄원서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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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짜리 딸을 학대해 시력을 잃게 하고 가혹한 폭행으로 숨지게 한 20대 친모는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6개월간 하루 한 끼 물에 분유만 타 먹이면서도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외식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당시 아이는 키 87cm에 몸무게는 채 7kg도 되지 않아 출동 경찰관이 처음에는 사인으로 영양실조를 의심했을 정도였다. 검찰은 이 여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0일 오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 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께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자신의 딸인 B(4) 양의 얼굴과 몸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21년 11월 B 양이 놀고 있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해 B 양은 사시 증세를 보이게 됐다. 병원에서 시신경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A 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B 양을 그대로 방치했다. 결국 B 양은 사물의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돼 사실상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그런 딸을 홀로 방치했다. “배고파요 밥주세요”라며 칭얼대는 아이에게 A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분유를 탄 물을, 그것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줬다. B 양과 같은 나이대 아이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104.6cm, 17.1kg이지만 B 양은 사망 당시 키 87cm에 몸무게가 7kg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A 씨는 B 양을 홀로 남겨두고 외식 등을 즐겼다.

B 양이 사망한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께도 B 양에 대한 A 씨의 폭행과 학대는 이어졌다. B 양이 자신의 물건에 자꾸 손을 댄다는 이유로 A 씨는 B 양의 머리를 침대 프레임에 부딪히게 하고 폭행을 휘둘렀다. 이날 오전 11시께 B 양이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으나 A 씨는 5시간 넘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A 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겨우 핫팩으로 B 양의 몸을 마사지했으나, B 양은 이날 오후 6시께 목숨을 잃었다. A 씨는 이날 오후 7시 35분께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또 A 씨가 사건 전후인 지난달 13~14일 4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했다고 덧붙이며 관련 혐의도 기소했다. 앞선 공판에서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이날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500만 원,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 보호관찰 명령 5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 10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학대 행위로 시력을 잃고 뼈 밖에 남지 않은 피해 아동을 남겨놓은 채 외식을 하고 오히려 피해 아동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과연 이것이 부모, 아니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인지 의문이다. 피해 아동이 느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백하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는 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범행이 가벼워지거나 유리한 정황으로 반영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여러 요인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이 사회와 영구적인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덤덤한 표정으로 재판 진행 과정을 지켜보던 A 씨는 최후 진술 때는 눈물을 훔치며 “평생 딸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아이의 아버지와는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별거 중인 상황으로 범행 이후에도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A 씨가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데에는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전혀 없었던 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들에서 계속적인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느낀 점 등이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방청석에 앉아 B 양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을 전해 듣던 이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에는 이 사건의 엄벌을 탄원하는 학부모들의 탄원서가 수십여 건 접수되기도 했다. A 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4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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