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그리고, 치유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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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샤를로뜨 푸에르타 2인전
해운대구 어컴퍼니 25일까지 개최
푸에르타, 독특한 감성의 인물 흉상
이선경, 자화상과 상처로 위로 전해

이선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 'Lotus' 앞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이선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 'Lotus' 앞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과 파리, 두 도시에서 ‘치유’를 그리는 두 여성 작가. 부산 이선경 작가와 파리 샤를로뜨 푸에르타 작가의 2인전 ‘기억의 저편’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어컴퍼니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어컴퍼니 장지영 대표는 “파리에서 푸에르타 작가의 작품을 봤는데 이선경 작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샤를로뜨 푸에르타 'The bouquet, Fireworks'. 어컴퍼니 제공 샤를로뜨 푸에르타 'The bouquet, Fireworks'. 어컴퍼니 제공
샤를로뜨 푸에르타 'The child'. 어컴퍼니 제공 샤를로뜨 푸에르타 'The child'. 어컴퍼니 제공

푸에르타 작가는 프랑스 파리 에꼴드보자르에서 미술과 문학을 공부했다. 떠도는 삶을 살았던 부모는 푸에르타가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작가를 ‘고아’로 등록했다고 한다. 남들과 다른 삶을 경험한 푸에르타 작가는 기억과 현실, 사랑과 아픔 등을 인물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종이 위에 혼합매체, 과슈, 수채물감 등으로 그린 흉상이 기괴하면서도 익숙한, 독특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신라대 미대를 졸업한 이선경 작가는 남다른 인물상을 그린다. 그는 2004년부터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가는 최근 ‘나는 왜 계속 내 얼굴을 그리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작가의 얼굴을 그린 그림에 관람객이 자신을 투영해서 보는 것 같다”며 “내 얼굴을 좀 더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과거 자화상에는 격한 표현이 많았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그림체에 대해서 이 작가는 “애써도 안되는 것,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선경 '신과함께'. 어컴퍼니 제공 이선경 '신과함께'. 어컴퍼니 제공

콩테와 오일파스텔을 사용한 ‘연꽃’은 작가의 개인적 아픔이 담긴 작품이다. “작년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49재를 지내는데 연꽃을 들고 춤을 추는 분이 성심성의를 다해 춤을 추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이 작가는 아버지를 위한 그림을 그려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림에서 연잎이 꽃처럼 피어 있다. 이 작가는 “한 송이 독립된 꽃 같은 연잎을 보며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자세히 보면 그림 속 인물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이 작가는 “어릴 때 크게 다쳐서 몸에 상처가 많다”며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늘 그림에 그려 넣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 상처는 ‘나의 상처’로 다가간다.

이 작가는 11월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무탈하게 자라도록 보살펴 준 신, 즉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표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그림 속 인물이 상처받고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이었다면 앞으로는 두려움을 극복한 인간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 저편’전은 수요일부터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월·화요일 전시 관람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010-9654-0226.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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