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부산 스타트업] (주)케미폴리오 "친환경 카다놀 화학 제품으로 2000억 가치 기업 키우고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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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슈너트 껍질서 카다놀 추출
바이오플라스틱 등 생산 가능
2019년 창업 22억 투자 유치
울산공장 완공 땐 본격적 생산

(주)케미폴리오 이철원 대표가 부산 남구 용당동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본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주)케미폴리오 이철원 대표가 부산 남구 용당동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본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친환경 물질 대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화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 스타트업 (주)케미폴리오 역시 캐슈너트 껍질에서 추출한 카다놀을 활용해 대체 화학 소재를 개발하는 회사다. 케미폴리오 이철원(51) 대표는 “좋은 카다놀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망설이지 않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바이오화학 첨단 소재 개발

이 대표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 또 호주로 건너가 호주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회계사로도 활동했다. 평탄한 길을 걸었던 그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벤처회사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호주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할 때는 안정적이기는 했지만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벤처를 만들어서 남들이 별로 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친환경 마켓은 시장 크기에 제한이 없고 니치 마켓(틈새시장)이자 작은 벤처기업이 뛰어들 여지가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이 대표는 케미폴리오를 창업하기 전 다른 동료와 함께 바이오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베트남에서 캐슈너트 껍질에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CNSL)을 저급 연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캐슈너트 껍질 기름이 세계적으로 연간 100만 톤(t) 정도 생산되는데. 베트남에서 40만t 정도 생산하더라고요. 이 기름으로 무독성, 무휘발성 화학소재를 뽑아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카다놀이었습니다. 카다놀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화학 대체제가 많은데 아직 국내 시장은 발달하지 않아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출신이지만 이 대표는 부산에서 창업했다. 화학회사가 모여있는 울산과 가깝고 수입·수출 같은 물류 측면 이점을 고려했을 때 부산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2019년 4월 각종 부산 창업회사가 자리 잡은 부경대 용당캠퍼스에서 케미폴리오의 문을 열었다.

■활용 가능성 큰 고순도 카다놀

카다놀은 활용 방식이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석유화학 제품이 하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에폭시 희석제, 페인트용 경화제, 바이오플라스틱, 석유화학 기반 UV 원료 대체제, 바이오폴리올(폴리우레탄을 만드는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경화제나 에폭시는 이미 시장이 존재해서 본격적으로 카다놀 기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기존 제품과 경쟁해야 합니다. 반면에 석유화학 기반의 UV 원료의 대체제가 되는 바이오매스(생물자원) 기반 접착제 같은 경우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면 수백억 시장이 생기는 거죠. USDA(미국 농무부)가 바이오매스 99% 소재로 인정한 바이오폴리올 같은 경우 활용도가 다양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지원과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케미폴리오는 SKC의 신소재 기술 공모전 ‘스타트업 플러스’를 통해 2000만 원 상당을 지원받았다. 또 조광페인트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생분해성 코팅제 개발을 함께하기도 했다.

현재 카다놀을 활용해 만든 화학 소재 중에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역시 바이오폴리올과 바이오플라스틱이다. 바이오폴리올로 폴리우레탄 폼이나 생분해성 코팅제를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 생분해 첨가제인 바이오플라스틱은 땅에 묻었을 때 빨리 썩는 특징이 있어서 전망이 밝다.

“바이오플라스틱의 경우 4~5년 안에 500억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카다놀 기반으로 만든 화학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잘 썩는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지요.”

현재 일부 제품을 시범 생산하고 있는 케미폴리오는 올해 울산미포산단에 공장을 완공하면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프리A(Pre-A) 투자 유치를 비롯해 약 22억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지난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기술개발사업에도 선정돼 안정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2026년에는 태국이나 베트남에 제2공장을 완공하고 기업가치 2000억 원 이상의 기업을 목표로 합니다. 식물성 폐자원에서 나오는 카다놀에서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적정한 가격에 동질한 품질의 친환경 제품을 내놓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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