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지막 워터프런트’ 영도, 해양신산업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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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우려되는 부스트벨트 사업
부산시, 분명한 추진 의지 보여야

부산시가 부스트벨트 조성을 추진 중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과 청학동 일대의 모습. 정종회 기자 jjh@ 2023.03.12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스트벨트 조성을 추진 중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과 청학동 일대의 모습. 정종회 기자 jjh@ 2023.03.12 부산일보DB

부산 영도구 부스트벨트 조성 계획이 발표된 지 벌써 3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기본적인 밑그림조차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다가는 부스트벨트가 우리나라 해양신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는 당초 장밋빛 비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하니 큰일이다. 실제로 해당 부지에는 이미 지난 수년 동안 대규모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시급히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운대 엘시티처럼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도,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해야 할 부산시는 수수방관한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부스트벨트 부지는 ‘부산의 마지막 워터프런트’로 불리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과거 수리조선업체 등이 있던 해안공업지역이지만, 북항을 마주 보고 바다에 인접해 있는 등 입지 조건이 좋아 향후 규제가 해제되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노른자위 땅인 것이다. 부산시는 현재 유휴 부지로 있는 이 땅을 해양신산업을 중심으로 상업·문화 시설은 물론 친수공원까지 조화된 혁신 클러스터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2019년 10월 발표했다. 하지만 구상에 그쳤을 뿐, 아직까지 지구단위계획 같은 마스터플랜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난개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부스트벨트 부지 내 일부 사유지는 이미 대형 카페 등으로 개발됐다고 하니, 우려가 현실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건 해당 부지에 일어나고 있는 투기성 지분 쪼개기다. 부스트벨트 중에서도 요지로 꼽히는 한 필지에 확인된 것만 20명이 넘는 소유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고 하니 그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현재로선 토지 소유주들의 이런 행위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해양신산업 메카는 요원해지고 대신 고층 아파트들만 난립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형편인 것이다.

영도의 동삼혁신지구에는 국내 최대 해양수산 연구개발단지가 조성돼 있다. 부스트벨트의 해양신산업이 동삼혁신지구의 연구기관들과 연계돼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면 우리나라 해양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배후 산업단지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부스트벨트는 ‘해양수도’ 부산의 명운이 걸린,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부산시는 지금껏 수수방관해 온 자세를 반성하고 부스트벨트 사업 추진에 대한 분명한 의지와 세밀한 관리 계획을 보여 줘야 한다. 무엇보다 투기 수요를 제어하고 난개발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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