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 러시’ 치밀한 서사가 만든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싱가포르의 국제학교가 밀려드는 홍콩 이민자와 다국적 기업의 주재원 자녀들 입학 신청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문전성시를 넘어서 입학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처럼 어렵다고 한다. 이는 학령인구가 2000년 8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반토막이 나면서 신입생 유치에 곤란을 겪고 있는 우리 대학들의 아우성과 크게 대비된다. 싱가포르를 무작정 부러워하기에는 우리가 당면한 사정이 너무 안타깝고 딱하다. 특히 부산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속에서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방향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언론이 연일 ‘지방소멸’을 의제 삼아서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도 관련 법 정비를 한다고 떠들고 있으나 정작 위기감 조장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중 정부 압박에 홍콩 엑소더스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문전성시

엑스포·신공항으로 전기 마련

찾아오는 도시 전략 준비할 때

시민들은 어느새 지쳐 가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조차 여전히 갈팡질팡한 상황이니 당장 가시화되지 않은 지방소멸 문제가 눈에 들어올까 싶다. 홍콩 엑소더스와 싱가포르 러시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이 어디로 나아가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홍콩은 중국 정부의 탄압과 압박으로 글로벌 경제 도시의 자격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그동안 홍콩에 아시아 거점을 두었던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떠나고 있고, 그 대안 도시로 싱가포르를 찾고 있다.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은 환상이 아니다.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된 도시만이 그런 자격과 부를 누릴 수 있다. 부산은 그런 준비를 하고 있을까. 부산도 ‘부산 러시’를 주장할 수 있을까. 부산은 지금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세계박람회가 유치되면 부산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다. 부산시민들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가덕신공항도 세계박람회 유치와 함께 급물살을 탈 것은 명약관화다.

그런 점에서 ‘부산 러시’를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부산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부산에 와서 해양금융, 해운, 조선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부러우면 진다’고 했다. 싱가포르를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산만의, 부산을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 부산의 역사성과 개방성을 더욱 부각하고, 무엇이 세계인을 부산으로 끌어들일지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부산 러시’를 위한 치밀한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역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다져진 서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도시의 첫 자격은 언어다. 외국인이 소통하기 쉽지 않은 도시는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이 어렵다는 것은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를 위해 영어상용도시를 제안했다. 그러나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가 110개를 웃도는 싱가포르에 비하면 부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 해양금융, 해운, 조선, 해양과학 등에서 부산이 강점을 지닌 도시라고 해도 이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그 자녀들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동성 확보도 중요하다. 국내외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교통 인프라는 글로벌 도시의 기본에 해당한다. 가덕신공항은 글로벌 소통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세계박람회 개최 전까지는 개장해야 한다. 이 밖에 미래 도시로서 기능성이 탁월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 도시, 우수한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 산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도시 등 부산이 준비해야 하는 목표는 수없이 많다. 어쩌면 ‘부산 러시’는 이런 크고 작은 목표가 달성될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금광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앙정부 설득은 중요하다. 부산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는 부산의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를 최종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을 광범위하게 운용하고 시민위원회도 운영했다. ‘부산 러시’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면 좋겠다.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전문가 그룹을 통해서 기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세계박람회 유치라는 공통의 목표 덕분에 부산은 오랜만에 하나로 뭉치고 있다. 노동자, 경영자, 학생, 주부, 언론, 정치인이 따로 없다. 한탄이 아니고 희망을, 자괴감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부산 러시’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부산은 항만뿐 아니라 해운과 해양금융, 조선 분야의 글로벌 거점도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청년인구가 더 이상 부산을 등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