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봄꽃 지도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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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나 봄.’ 요 며칠 포근한 날씨로 봄기운이 완연하더니 SNS에 산과 들로 봄맞이를 다녀온 이들이 봄소식을 전하는 글과 함께 올린 봄꽃 사진이 넘쳐 난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매화와 산수유꽃 사진이 가장 많다. 꽃잎이 떨어지고 있는 하얀 목련과 연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 등 종류도 다양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올해는 봄꽃이 하나 늘었다.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해맑은 아이들과 싱그러움이 생동하는 젊은이들의 환한 얼굴이 봄꽃이 아니면 무엇이랴.

올봄은 이처럼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몇 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의 방해 없이 온전하게 꽃구경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미 11~12일 경남 양산 원동매화축제가 ‘원동매혹(梅惑)’을 주제로 4년 만에 개최돼 북새통을 이룬 행락객들이 매화의 유혹에 흠뻑 매혹됐다. 10~19일 전남 광양 매화마을에서도 축제가 열리고 있다. 11~19일 마련된 전남 구례 산수유축제는 코로나19로 이별했던 상춘의 마음과 노랗게 물든 꽃대궐을 다시 이어 준다. 축제가 세 번이나 취소된 아쉬움을 ‘영원불멸의 사랑’이란 주제에 담아 재개한 것이다. 지난주 남부지방에 만개한 매화와 산수유꽃은 이번 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봄꽃의 대명사 격인 벚꽃의 개화는 이달 말께 남쪽을 시작으로 다음 달 중·하순까지 경기·강원도로 올라간다는 게 산림청의 예측이다.

부산시가 최근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봄꽃놀이 명소와 봄축제, 개화 시기를 알려 주는 봄꽃 지도를 내놓아 관심을 끈다. 겹벚꽃 피는 부산민주공원, 황령산 벚꽃길, 매화 만개한 평화공원, 수선화와 유채꽃 가득한 오륙도 해맞이공원 등 23곳을 소개했다. 축제로는 금정구 윤산 벚꽃축제(26일), 강서구 낙동강 30리 벚꽃축제(31일~4월 2일), 사상구 삼락 벚꽃축제(4월 1일), 강서구 낙동강 유채꽃축제(4월 8~16일)가 대표적이다. 이 지도는 부산시 공식 SNS와 누리집에서 제공한다.

3~5월 내내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형형색색 온갖 꽃들이 나부끼며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걸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부산시가 추천한 장소나 가까운 야외로 나들이해 봄꽃의 성찬을 즐긴다면 고물가·고금리로 살기가 고달픈 마음에 위안이 되지 싶다. 함민복 시인은 ‘봄꽃’이란 시에서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고 노래했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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