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불 나면 담당자 인사조치”… 공직 사회 반발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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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명백한 실수에 경각심 제고”
횟수 감안 예산 깎고 사업 불이익
노조 “사기 저하·기피부서 우려”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지난 8일 경남 합천군 산불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지난 8일 경남 합천군 산불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첫 산불 3단계가 발령돼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남도가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경우 벌칙 적용과 담당 공무원 인사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0일 경남도청에서 ‘산불 예방과 대응 특별대책’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시군에 벌칙을 부과한다는 게 요지다. 도는 산불과 대형산불(100ha 이상·산불 3단계) 발생 횟수를 모두 감안해 특별조정교부금과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도 공모사업 평가 후순위 조정 등을 검토한다.

산불 예방과 대응의 책임을 지는 담당 공무원에게는 감사 후 인사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인사 불이익은 통상적인 공무원 징계에 따라 견책, 감복, 정직, 해임, 파면 등이 이뤄진다. 다만 인사조치 대상 공무원이나 적용 시기, 산불 횟수 기준, 업무 과실 기준 등 구체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다.

도는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3~4월에 산불 예방·대응 공무원의 철저한 노력과 도민 협조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내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매일 1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형 산불은 전체 135건(2663ha) 중 3건(1093ha)이다. 도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원론적인 (인사조치)방침을 세웠다”며 “감사를 통해 초동 대응 미비 등의 명백한 실수를 발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잘못으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전제로 세워진 도의 인사 방침에 공무원 사회에서는 반발이 크다.

한진희 경남도 공무원노조위원장(한국노총)은 “시군에 벌칙은 준다는 게 경각심을 높이자는 차원이겠지만 산불이라는 것에 물리적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으냐”면서 “열심히 일하고도 실화·방화 등으로 대형 산불이 나 인사조치를 받는다면 누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느냐. 기피 부서가 될 우려도 크다”고 꼬집었다.

강수동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민주노총)은 “산불 예방·진화에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지방 공무원이다. 본연의 업무도 해야 하고, 주말이든 퇴근 이후든 비상 근무해야 한다. 그런데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담당 공무원 조사와 인사조치를 한다면, 열심히 근무하는 시군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 일이다. 박완수 도지사의 전형적인 관료주의 책임 떠넘기기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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