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핵심원인은 금리인상…미 연준 인상폭 낮출까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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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연합뉴스 미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연합뉴스

미 실리밸리은행(SVB) 파산의 주요 원인이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에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예상보다 낮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VB는 미국이나 한국의 일반은행과는 달리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해왔다. 또 이를 스타트업 기업이나 기술전문기업 등에 대출해왔다. SVB를 가리켜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VB는 금리가 낮을 때 채권을 많이 사들였다. 그런데 금리가 크게 오르자 스타트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예금인출 요구도 많았다.

그러자 SVB는 채권을 매각했는데 현재 채권 금리는 과거보다 높아 할인해 팔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유상증자마저 실패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과거 1% 금리의 채권을 사들였는데 이를 지금 시장에 매각하려니 1%짜리 채권을 사주는 쪽이 당연히 없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보고 매각해야 하는 것.

지난해 1년간 연준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4.75%까지 빠르게 인상했고, 그 결과 시장금리도 뛰었다.

이에 따라 오는 21∼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여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지만, 금리를 계속 빠르게 높이다가 제2, 제3의 SVB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FOMC가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한번에 금리를 0.50%P 올리는 것)보다는 베이비스텝(0.25%P 올리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까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나 건전성, 복원력 지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 분석이지만, 계속 금리 인상으로 압박하면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만약 이번에 금리를 0.25%P 올린다면, 한은도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4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연준내에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연준도 미국내 은행 상황에 대해 대대적인 모니터링과 점검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13일 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4일)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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