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스카 홀렸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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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독·각본·편집상 등 7관왕
양쯔충 아시아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
올해는 녹화 없이 전 부문 생방송 시상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12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12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는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뤘다.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던 여우주연상에서 아시아계 배우 양쯔충(楊紫瓊)이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예술영화에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B급 감성 상상력을 예술로 인정한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브리씽’)이 선전했다. 이 영화는 작품·감독·각본·편집·여우주연(양쯔충)·여우조연(제이미 리 커티스)·남우조연(키호이콴) 등 7관왕에 오르며 올해 최다 수상작이 됐다.


■‘에브리씽’ 작품·감독상 등 7관왕

키 호이 콴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키 호이 콴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23개 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수상자가 호명된 건 남녀조연상이었다. ‘에브리씽’의 키호이콴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이 부문 수상자로 나란히 불렸다. 키호이콴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베트남 전쟁으로 어린 시절 난민 캠프에도 있었다”며 “긴 여정을 거쳐 큰 무대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가 영화에만 나온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 아닐까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 영화는 미국 이민 1세대인 에벌린이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 세대 갈등 등을 담아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감독상은 ‘에브리씽’ 영화를 만든 ‘대니얼스’ 듀오가 받았다. 대니얼 샤이너트는 먼저 마이크를 잡고 “전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내가 이상한 영화를 만들 때 막지 않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니얼 콴은 “이민자로 미국에 온 아버지는 영화광이었고 어머니는 댄서나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그 재능을 나에게 물려주고 본인의 꿈을 포기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상을 받는 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나”라며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에게는 위대함이 있다”면서 “여러분이 누구든 간에 각자의 보석,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영화 ‘에브리씽’을 만든 대니얼스 듀오. AFP연합뉴스 영화 ‘에브리씽’을 만든 대니얼스 듀오. AFP연합뉴스

■여우주연상 양쯔충…아시아 배우 최초

양쯔충은 아시아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주연상이라는 기록을 썼다. 양쯔충은 “꿈은 이뤄지게 돼 있으니 충분히 큰 꿈을 꾸라”며 “만약 당신에게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올해 60세인 양쯔충의 ‘전성기’는 20여 년 전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로 선발되고, 1985년 경찰관으로 나온 ‘예스마담’이 흥행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7년 ‘폴리스 스토리 3’ ‘슈퍼 캅 2’ 등 홍콩 영화를 찍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할리우드로 옮겨와서는 1998년 ‘007 네버 다이’에서 ‘본드걸’로도 출연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줄곧 조연이었다. 할리우드는 아시아계 여배우로서 그야말로 ‘소외’를 경험하는 곳이었다. 그는 최근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할리우드) 사람들은 내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심지어 영어를 사용하는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쯔충은 이날 시상식에서 아시아계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수상 소감에 담았다. 그는 “아카데미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저와 같은 모습의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꽃,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큰 꿈을 꾸고 그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건·사고 없이 진행된 시상식

주요 부문 중 유일하게 ‘에브리씽’이 받지 못한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가 가져갔다. 프레이저는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기회를 준 애러노프스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또 “30년 전 데뷔했을 때 이 일은 참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큰 영광을 누리기 위해 그 모든 일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주요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국제장편영화상 포함 촬영·미술·음악상 등 기술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하며 4관왕에 올랐다.

한편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최근 시상식과 달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올해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오프닝 무대에서 지난해 발생한 윌 스미스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올해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이번엔 보디가드들이 많다”며 “미셸 여(에블린), 마이클 B 조던(크리드), 앤드류 가필드(스파이더맨) 등이 시상식에 참석해 있어 걱정이 없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카데미 측은 지난해 시상식이 일부 부문 수상을 녹화 방송해 큰 비난을 받자 올해는 23개 전 부문을 생방송으로 시상했다.


다음은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명단이다.

▲작품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여우주연=양쯔충(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주연=브렌든 프레이저(더 웨일)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본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편집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색상=위민 토킹 ▲주제가상=RRR ▲음향=탑건:매버릭 ▲미술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음악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시각효과상=아바타:물의 길 ▲촬영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분장상=더 웨일 ▲의상상=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장편애니메이션=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장편다큐멘터리=나발니 ▲단편영화=아이리쉬 굿바이 ▲국제장편영화=서부 전선 이상 없다 ▲단편애니메이션=더 보이, 더 몰, 더 폭스 앤 더 홀스 ▲단편다큐멘터리=디 엘리펀트 위스퍼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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