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건너던 난민 수십 명 또 실종… 2주 만에 반복된 비극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리비아서 47명 탑승 선박 난파
17명 구조에 30명은 실종 상태
이탈리아, 구조 신호 외면 논란
미국서도 난민선 전복 8명 익사

지중해에서 2주 만에 난민이 탄 선박이 또 침몰해 수십 명이 실종됐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 해변에 모인 시민들이 지난달 74명의 난민이 숨진 목선 침몰 사고 관련, 이탈리아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중해에서 2주 만에 난민이 탄 선박이 또 침몰해 수십 명이 실종됐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 해변에 모인 시민들이 지난달 74명의 난민이 숨진 목선 침몰 사고 관련, 이탈리아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난민 150명 이상이 승선한 목선이 이탈리아로 향하던 중 침몰해 7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부산일보 지난달 28일 자 12면 보도)한 지 2주 만에 지중해에서 또 난민 수십 명이 실종되는 난파 사고가 일어났다. 미국의 태평양 연안에서도 밀입국 중이던 작은 선박이 전복돼 승선원 8명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47명을 태우고 출발한 선박이 지중해에서 악천후로 전복됐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중부 지중해에서 30명이 실종되고 17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외부 국경 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프론텍스는 항공기를 동원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며 상선 2척이 사고 해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지중해 난민을 지원하는 NGO ‘지중해 인간구조단’은 “이탈리아 방향으로 항해하던 선박이 리비아 벵가지 북서쪽에서 약 177km 떨어진 곳에서 전복됐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주 선박 신호를 감지하는 단체 ‘알람 폰’은 “벵가지에서 북서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곳에서 조난된 선박의 연락을 받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이탈리아 당국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선박은 또한 독일 NGO ‘시 와치’에 의해서도 감지됐으며 난파된 이민선에 대해 “위험할 정도로 과밀 상태가 심했고 사나운 파도에 휩싸였다”고 보고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성명에서 알람 폰이 로마의 구조센터와 몰타, 리비아 당국에 해당 선박에 대해 알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번 난민선 전복 해역이 이탈리아 수색·구조 영역(SAR) 밖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는 정확히 2주 전인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인근 해역에서 최소 79명이 사망한 난민 선박 난파 관련, 이탈리아 당국의 구조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당시 참사로 거의 매일 시신이 해변으로 밀려왔으며,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정부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적시에 개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구조 당국이 이번에도 이주민 선박에 대한 구조 작업을 인도주의적 문제가 아닌 법 집행 문제로 여긴 탓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늦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안에서는 밀입국을 시도하던 선박 2척 중 1척이 뒤집혀 8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와 샌디에이고 소방구조대는 전날 밤 배 한 척이 파도에 뒤집혀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시신 8구를 발견해 인양했다. 당국은 짙은 안개 탓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신고한 여성은 전복된 배에 15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추정치일 뿐”이라며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시사했다. 해안경비대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선체 외부에 모터 엔진을 장착한 작은 선박들이 밀입국을 위해 이 해안에 자주 출몰한다는 게 해안경비대의 설명이다. 캘리포니아주 해안으로의 밀입국은 수년간 감소 추세였지만 불법 이민자들이 경비가 삼엄한 육지를 피해 위험한 바닷길을 선택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