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울경 회생·파산 처리 더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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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지법원장

지역 최초 회생·파산 전문법원 운영
TF팀 만들어 실무준칙 등 정비·홍보
경청하는 자세로 공정한 재판 이끌 것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던 때, 회생이나 파산을 위해 주소지를 서울로 옮겼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내 유일한 회생·파산 전문 법원이 서울에 있었던 탓에 차라리 주소지를 옮기는 편이 도산 처리에 빨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부산·울산·경남 지역민들에게 이런 고충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일 지역 최초 회생·파산 전문법원인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한 덕분이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박형준 부산지법원장(57·연수원 24기)이 지역 최초 회생법원의 수장을 함께 맡게 됐다.


박 원장은 “이전에는 지방법원 파산부에서 도산 사건을 다루다 보니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전국 평균으로 봐도 부산의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가 닥치다 보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급속도로 한계 상황에 내몰려 신속한 사법서비스로 이들에게 힘을 보태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부산회생법원에는 10명의 판사들이 근무를 하게 되는데, 부산지법 파산부에 비하면 2명가량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다른 재판 업무에 파산 업무를 겸임하던 판사가 많아 시민들이 체감하는 개선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박 원장은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 경남에 거주하는 이들도 기존 관할 법원 파산부나 부산회생법원에 회생·파산 신청 등을 할 수 있어 보다 속도감 있는 사법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며 “회생법원 내에 TF팀을 만들어 실무준칙 등을 전반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이후 유관기관에 적극 홍보해 바뀐 내용들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원장은 지역법관에 자원해 1998년 창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 울산, 경남에서 판사생활을 해왔다. 그만큼 부울경 지역에 대한 애착도 크다.

박 원장은 “부산이라는 도시는 정말 매력적인데, 그중에서도 타지인들에게 개방적인 부산 사람들의 모습이 특히 좋았다”며 “그런 특색은 법원에도 녹아들어 법관들끼리 교류도 활발하다.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부산 판례연구회’는 연구 성과가 상당하고 판사들에게 긍지와 자부심도 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20여 년간 판사생활을 하며 ‘경청’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재판에 임했다. 편견이나 기존의 프레임에 갇혀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법원장으로서도 역시 경청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경청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직장을 만들어주고, 경청하는 자세로 시민들에게는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충실한 심리 절차를 진행해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도 공정한 재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사법부의 존립은 국민들의 신뢰에 근거한다. 법원 구성원들이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도 법원이 헌법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며 “인적·물적 자원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존경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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