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체거래소 본사 부산 와야 금융중심지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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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 출범 금융도시 부산 위상 추락 위기
부산 본사 명시해야 KRX와 시너지 효과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와 상공계,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 설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KRX) 기능 분산에 따른 부산 금융중심지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27~30일 ATS 예비 인가 신청서를 일괄 접수한다고 발표했다.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설립 근거가 마련된 지 10년 만이다. 4~5월 금감원 심사와 외부평가위원회 평가, 예비 인가, 본 인가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2024년 상반기 중 ATS 출범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KRX 독점 체제로 이뤄져 온 국내 자본시장이 ATS와의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 반대 입장만 고수해 온 시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ATS는 KRX가 독점해 온 주식의 매매 체결 업무를 대체하는 증권거래시스템이다. 시는 그동안 ATS 설립으로 부산에 본사를 둔 KRX 기능이 분산되면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글로벌 기준과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ATS 설립을 밀어붙였다. 거래 시간 연장, 비용 감소 등 투자자 편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RX조차 2021년부터 ATS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응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시는 이 같은 자본시장의 변화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반대만 반복하다 ATS 본사 부산 유치를 위한 중요한 기회들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대로라면 부산 본사 KRX와 서울 본사 ATS 체제로 갈 공산이 크다. 이미 서울의 증권사들이 참여해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지난 연말 ATS 인가 기준을 발표한 이상 해당 기준 충족에만 집중할 뿐 지자체 반발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시는 뒤늦게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 디지털밸리에 ATS 본사 유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밸리의 핀테크, 블록체인 등 금융 혁신 기관,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 ATS도 결국 KRX 공시·감독, 예탁결제원 예탁결제 기능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부산으로 집적화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국제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KRX와 예탁결제원 등 금융 공기업을 이전했음에도 금융 기능의 수도권 쏠림은 여전하다. 자본시장의 핵심인 KRX의 기능을 약화시킬 ATS를 서울에 둔다는 것은 이 같은 정부 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다. ATS 도입이 글로벌 추세라면 부산에 본사를 둬 KRX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ATS 출범에 앞서 많은 행정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부산 본사가 명시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시는 이제부터라도 ATS 부산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실기하면 금융중심지 부산은 물건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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