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울산시, 이제라도 정파적 관점에서 탈피해야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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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혁 사회부 동부경남울산본부 차장

울산시는 고리타분한 정파적 관점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민선 8기 들어 방향타가 꺾인 여러 현안 중에 울산공항 이슈부터 그 부작용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최근 울산공항이 이전도, 확장도 쉽지 않다는 용역 결과를 내놓아 ‘맹탕 용역’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울산공항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내용인데, 부산 가덕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울산공항이 옴짝달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어딘가 2% 부족한 이 용역은 시발점인 울산공항 존폐 논란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만 서술하고 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폐항 후 울산공항 부지를 개발하자’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관련 내용이 용역과제에서 중도 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이 한창 진행되던 사이 국민의힘 김두겸 시장체제로 이른바 ‘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는 “현시점에서 울산공항이 도심 공항으로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항 활용을 모색하겠다”며 상투적 답변만 늘어놓았다. 한때 공항 존폐를 놓고 지역사회가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였는데도 ‘일단 대충 덮고 가자’는 얘기로 들려 씁쓸하다. 세금 3억 2500만 원이 알맹이 없는 용역에 날아가 버렸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 울산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만들자던 정치인들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저 정치적 역학관계에 매몰돼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친 것은 아닐까.

지역의 하나뿐인 공항이 무턱대고 사라지길 바라는 시민은 어디에도 없다. 시민들은 울산의 하늘길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고,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빠짐없이 알고 싶어 한다. 그럴 권리가 시민 누구에게나 있다. 한데 정파적 고려 때문에 시민의 의문이 막히고, 뾰족한 대안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가든, 지자체든 진영 논리에 갇히면 선택지는 줄어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부작용이 비단 울산공항 이슈에만 그칠지 의문이 생긴다. 민선 8기에도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울산의 미래와 관련된 현안마다 흑백 논리로 접근하거나 정치적 계산이 개입한다면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멀리 갈 것 없이 물고문에 신음하는 반구대암각화를 보라. 울산 시민은 낡은 정치 논리가 불러온 문화유산의 훼손, 세금 낭비, 행정 소모, 공공연한 갈등 야기 같은 숱한 폐해를 이미 신물이 나도록 경험하고 있다. 울산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암각화 보존 대책이 춤을 추고, 국가 유산과 물 문제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퇴행적 행태가 비생산적인 악순환을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이 울산공항 문제와 야음지구 공익 개발 등 민선 8기 들어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를 두고 논란이 된 갖가지 사업에서 어떤 형태로든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얼마 전 울산시가 보도자료를 내고 김두겸 호(號)가 출범한 지 반년 만에 공약 이행률이 34.9%로 나타났다고 자찬한 적 있다. 공무원들이 슈퍼맨도 아닌데 업무 추진 속도가 가히 5G급에 맞먹는 수준이다. 과연, 여기에는 전임 시장의 흔적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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