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지혜가 답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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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장

챗GPT가 불러온 '멋진 신세계' 기대감
SVB 파산 같은 금융위기는 '옛말' 될 수도
지적재산권, 고용 불안 등 새로운 과제
기술 개발만큼이나 제도적 틀 마련 시급

‘인공지능(AI)은 금융위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금융위기의 예방, 예측 및 대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위기의 예방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금융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상징후를 식별해 조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경우에는, 인공지능은 빠르게 대처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상 챗GPT가 작성한 글이다. ‘인공지능이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일부다. 모든 내용을 다 옮겨오진 못했지만 예방·대응방법 또한 꽤나 구체적이다. 기자가 한 일이라곤 경어체로 작성된 챗GPT(예의도 바르다)의 글을 평어체로 바꿔놓은 정도다. 훌륭하다. 영어가 모국어이다보니, 영어로 나누는 대화의 답변은 더욱 훌륭하다고 한다. 기자의 영어 실력이 짧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고보니 챗GPT를 활용한 영어교육법도 떠돌아 다닌다.

챗GP 이슈가 뜨겁다. ‘챗GPT는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언어모델 중 하나이다. 챗GPT는 다양한 자연어 처리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훈련됐다. 대화의 문맥을 이해하고, 이전 대화에서의 맥락을 바탕으로 다음 발화를 생성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역시 챗GPT의 문장이다.

챗GPT 스스로가 설명하듯, 챗GPT의 놀라운 점은 그와의 대화(채팅)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데에 있다. 과거에도 뛰어난 인공지능은 있었다. 수 년전 이세돌과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알파고 역시 대표적인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알파고는 계산이 빠른 컴퓨터에 불과했다. 챗GPT는 다르다. 챗GPT의 반응은 사람의 그것과 유사하다. 음성기능은 없지만 문장 자체만으로도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답변의 내용도 제법 그럴싸하다. 일부 특정 질문에 대해선 마치 정치인의 화법을 학습한 것처럼 알맹이 없이 형식만 그럴싸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미국의 로스쿨과 경영대학원 시험 문제도 거뜬히 통과할 정도다. 만약 짧은 리포트 과제에 챗GPT를 사용한다면? 앞으로 교수님들은 학생 스스로 작성한 과제물인지 혹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것인지 구분하는 데에 고민께나 하게 생겼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기자가 아는 한 금융전문가는 조만간 인공지능이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같은 금융위기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작 챗GPT는 ‘완전히 막을 순 없다’고 겸손을 떨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로서의 이야기다. 모든 금융위기는 위기에 앞서 많은 신호를 보낸다.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나 한국의 IMF 사태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을 본 분들이라면 위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시그널이 구체적 수치로 나타났는지 이해할 테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그러한 전조들을 적시에 해석해 충격의 연착륙이 가능한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멋진 신세계의 문턱에라도 와 있는 기분이다. 그러나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그러하듯, 인공지능이 가져올 신세계가 마냥 멋지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교수님의 고민부터가 그러하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의 가치가 누구의 소유로 귀속되는지부터 의문이다. 딥러닝 인공지능이 학습을 위해 습득하는 데이터의 저작권 또한 문제다. 기자의 이 글 역시 상당 부분을 챗GPT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 그것은 표절인가? 표절이라면 기자는 누구의 창작물을 표절한 것인가? 챗GPT를 표절한 것인가? 챗GPT가 습득한 학습데이터를 표절한 것인가? 당장은 애써 시비거리나 찾는 할 일 없는 공상가의 딴지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고민은 따로 있다. 기자가 기사 작성이라는 업무를 인공지능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오늘 이 칼럼도 챗GPT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밥이라도 사야할 판이다. 그런데 기자가 아닌 기자의 회사가 기사 작성의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기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수많은 역할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경우 맞닥뜨릴 고용 불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일 테다. 그 해결 방안까지 챗GPT에 물어볼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만큼이나 그에 걸맞은 제도적 윤리적 틀과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도 플라톤의 글 없이는 이데아를 논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의 지혜가 답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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