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방한에 남해안 어민들이 밤잠 설치는 이유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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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수출용 패류생산 지정해역 위생점검
불합격 시 수출길 막히고 내수 소비 위축

4월 미국식품의약국 정기점검을 앞두고 지난달 도내 FDA 지정해역을 방문한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현장 준비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4월 미국식품의약국 정기점검을 앞두고 지난달 도내 FDA 지정해역을 방문한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현장 준비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청정해역을 사수하라.”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비상이다. 한국산 굴 수출길을 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해역 위생 점검이 목전에 닿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FDA 판단을 신뢰하는 터라 자칫 불합격하면 굴을 비롯한 남해안 수산물 전체가 치명상을 입는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꼬박 6년 만에 이뤄지는 실사라 어느 때보다 꼼꼼한 점검이 예상돼 연관 지자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내달 방한하는 FDA 실사단이 4월 3일부터 17일까지 ‘수출용 패류생산 지정해역’ 위생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이번 실사는 1972년 체결된 ‘한‧미 패류위생협정’과 2015년 갱신된 ‘대미 수출냉동패류의 위생관리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른 정기점검이다. 애초 매년 실시하다 1994년부터 2년 주기로 간소화됐다.

FDA는 자국 패류위생계획을 준수하는 바다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수입을 허가한다. 현재 경남과 전남 앞바다 7곳이 FDA 지정해역으로 등록돼 있다. 한산~거제만에 걸친 450ha가 1호 해역이다. 이어 제2호 자란만~사량도, 제3호 미륵도, 제4호 가막만, 제5호 나로도, 제6호 남해~창선, 제7호 남해~강진만 해역이 차례로 지정해역이 됐다.

경남은 이를 근거로 ‘깨끗한 바다, 청정해역’을 자부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신중하게 시판을 승인하는 FDA로부터 인정받은 데 대한 자신감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일본, EU 등 주요 국가들이 FDA 위생기준에 준해 수산물 수입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도 상당하다. 점검에서 합격점을 못 받으면 사실상 해외 수출길이 막힌다. 2002년과 2012년 점검 당시, 일부 시료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FDA는 모든 한국산 조개류 반입을 중단시켰다. 동시에 다른 국가들도 같은 조처를 취했다. 선적을 앞뒀던 물량은 창고에 쌓여갔고, 이미 수출된 물량조차 리콜 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시장 불신도 남해안 수산물 전반에 번졌다.

지난해 경남권 5개 지정해역에서 생산된 조개류는 1만 7000여t이다. 이 중 3155t, 2700만 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됐다. 시장 비중만 놓고 보면 20% 남짓에 불과한데도 업계는 물론 지자체, 해양수산부까지 나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생굴 위판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생굴 위판 모습. 부산일보DB

특히 올해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17년 이후 꼬박 6년 만에 이뤄지는 탓에 대응 태세가 느슨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현지 굴과 수입산 통조림에서 유해균이 검출되면서 FDA가 실사 강도를 높일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FDA 실사단은 윌리엄 버카드 단장을 중심으로 위생전문가 6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1, 2호 지정해역을 중심으로 인근 하수처리시설과 항·포구 화장실 등 육·해상 오염원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경남도는 해수부, 연관 지자체,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경찰, 수협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TF를 꾸리고 합동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지난 연말부터 주요시설 1600곳 관리에 집중하며, 오염물 유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지역 수산물 수출실적은 2억 4200만 달러. 굴 제품이 7900만 달러, 전체의 32.6% 차지할 정도로 최소의 효자 품목이라는 경남도 설명이다. 최만림 도 행정부지사는 “경남 수산물의 안전성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해역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선 어업인뿐만 아니라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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