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의회, 산불 주불 진화 직후 해외연수 ‘빈축’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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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불 정리·뒷불 감시 진행 중 호주·뉴질랜드행
군의원 11명 중 9명 떠난 뒤 당일 재발화 난리
군의회 “3개월 전 예약돼 어쩔 수 없이 강행”
시민단체 “군민 우롱하는 행위…복귀해야”

합천군의회가 대형 산불 기간 해외연수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합천군의회가 대형 산불 기간 해외연수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난 8~9일 경남 합천군에서 올해 국내 첫 대응 3단계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군의회가 해당 기간 해외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합천군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군의원 11명 가운데 9명이 지난 9일부터 8박 9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연수를 떠났다.

1인당 경비는 약 400만 원으로, 오는 17일 돌아오며 조삼술 의장과 권영석 의원은 불참을 선언했다.

연수 목적은 농업과 복지 분야 우수 사례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일부 관광 일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같았어도 문제될 여지가 있었던 연수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저녁 비행기인 탓에 의원들은 정오쯤 군을 나섰는데, 당시 합천 산불은 주불이 겨우 잡힌 상태로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가 진행 중이었다.

산불은 진화가 되더라도 통상적으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규모에 따라 3~5일 정도는 뒷불 감시가 이어진다.

특히 합천 산불은 163ha, 축구장 230개 규모가 불에 타 범위가 넓고, 사람들의 시선이 쉽게 닿지 않은 급경사가 많아 재발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163ha를 태운 뒤 주불이 잡힌 합천 산불은, 하루도 채 안 돼 재발화했다. 산림청 제공 163ha를 태운 뒤 주불이 잡힌 합천 산불은, 하루도 채 안 돼 재발화했다. 산림청 제공

실제 합천 산불은 9일 오후 11시 45분쯤 재발화돼 10일 오전 9시 45분쯤 다시 진화됐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군의원들은 연수를 떠난 것이다.

합천읍의 한 주민은 “이런 상황에서 해외연수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연수를 미루든지 취소를 하든지 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말 군민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군의회는 이번 해외연수가 3개월 전 예약돼 있었던 만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불 발생 직후 대다수 군의원들이 현장을 지켰으며, 9일 오전 산림청이 산불 진화 종료를 선언한 뒤 연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수비용 일부를 개인이 부담한 데다, 당일 취소의 경우 환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군의회 관계자는 “전문 연수기관을 통해 3개월 전부터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 환불이 어렵고 위약금 등 수천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예산낭비 우려가 컸다. 불가피하게 일정대로 연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참여와 자치를 위한 함께 하는 합천’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회 해외연수 중단과 복귀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참여와 자치를 위한 함께 하는 합천’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회 해외연수 중단과 복귀를 촉구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농민회에서 계속해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시민단체의 반발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가칭 ‘참여와 자치를 위한 함께 하는 합천’은 13일 군의회 앞 광장에서 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중단과 신속한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의 해외연수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을 넘어 기름을 끼얹는 행위”라며 “해외연수를 떠난 군의원들은 대군민 사과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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