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힘 못 쓰는’ 김해 아파트 전세… 미분양도 ‘경남 1위’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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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물량 몰려 소진 안 돼
집주인 잔금 못 내 ‘급전세’ 영향
상권·학교 좋은 구축 선호 한몫
수요 부족에 미분양 1180세대


김해시 내외동 시가지 전경. 부산일보DB 김해시 내외동 시가지 전경. 부산일보DB

최근 김해에서는 신축보다 전세가가 더 비싼 구축 아파트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수도권이나 바다 조망 등이 있는 곳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대표 상업지나 특별한 자연 조망이 없는 김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2월 한 달간 김해에서 거래된 전세 건수는 511건이다. 특이한 점은 준공된 지 4년이 안 된 84㎡ 신축아파트가 15년이 넘은 같은 면적의 구축보다 싸게 거래된 경우가 수두룩 하다는 점이다.

2022년 준공된 내동 연지푸르지오와 2021년 준공된 삼계동 한라비발디센텀은 지난달 각각 2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2019년 입주한 삼계동 서희스타힐스와 주촌면 김해센텀두산위브더제니스는 각각 2억 원에 거래됐다.

반면 2014년 준공된 부원동 푸르지오는 2억 5000만~3억 1000만 원, 입주한 지 15년이 된 율하동 율상마을푸르지오는 2억 3000만 원에 전세가 나갔다. 2007년 입주한 진영읍 진영자이와 2005년 입주한 외동의 쌍용스윗닷홈도 2억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공인중개사들은 신축이 구축보다 전세가가 싼 이유로 ‘단기간 주택 대량 공급’을 꼽았다.

삼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는데 소진이 안 됐다. 집주인은 잔금을 치러야 하니 신축 전세가가 한때 크게 내려갔다. 2019년 9월 입주한 인근의 한 아파트는 최근 2억 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당시에는 9000만 원에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김해에서는 최근 4년간 20개 공동주택 단지에 2만 133세대가 입주했다. 주촌면 김해센텀두산위브더제니스 3435세대, 삼계동 한라비발디센텀시티 1936세대, 진영읍 중흥에스클래스에코시티 1521세대 등 1000세대 이상 대규모 단지도 8곳이나 됐다.

짧은 기간 대량 공급이 이뤄진 만큼 물량 소진이 안 돼 미분양 주택 수도 많았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가 공개한 2023년 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면 김해시가 1180세대로 경남 1위를 차지했다. 도내 미분양 주택은 4791세대로 김해가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했다. 이어 거제 952세대, 창원 679세대, 양산 530세대 순으로 집계됐다.

인프라 시설이 갖춰진 곳을 찾는 세입자의 성향도 구축 전세가 올리기에 한몫했다. 전세의 경우 투자가 아닌 실생활을 위한 거래로 무조건 신축을 선호하기보다는 살기 좋은 곳을 택했다.

지난달 10년 된 아파트로 이사한 송현정(40·관동동) 씨는 “신축의 가장 좋은 점은 깨끗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관리가 잘 된 구축은 비교적 깨끗하고 같은 평수 신축 대비 넓은 것 같다. 전세는 투자가 아닌 실제 거주가 목적이므로 입지가 좋은 곳으로 이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신축과 구축에 관계없이 전세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의대 부동산대학원 강정규 원장은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한꺼번에 물량이 나오면 신축보다 구축 전세가가 비쌀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구축도 같이 하락하게 된다”며 “게다가 요즘은 전세 대비 월세 비중이 55대 45로, 월세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과거에는 임대차 계약 10건 중 8건이 전세였고 2건이 월세였다”며 “세입자는 전세 사기 우려에 전세를 기피하고, 집주인은 전세금으로 받은 목돈을 재투자할 곳이 없어 월세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었다. 당분간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해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현황에 따르면 내년 연말까지 김해에는 분양주택 8516세대와 지역주택조합 6050세대를 더해 총 1만 4566세대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짧은 기간 공급 물량이 크게 느는 만큼 전문가의 ‘당분간 지속’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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