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CY 발상지 부산, 꿈과 희망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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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의 대한적십자사 부산광역시지사 회장

임시수도 부산! 그 당시 산야는 황폐하였고 사회는 온통 폐허와도 같았다. 재건을 위한 국민들의 어려운 고통 속에서 당시 서영훈 청소년국장(훗날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인솔 하에 청소년적십자(RCY) 간부 단원들이 1953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날이 청소년적십자(RCY)의 창립일이 되었다. RCY는 1953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서 탄생 되었다. 1917년 미국의 RCY가 탄생될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미국적십자사 명예총재)가 특별 선언문을 발표하여 RCY의 첫 출발을 격려한 것과 같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 명예총재 자격으로 우리나라 RCY의 조직을 재가한 것은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적십자사 뿐만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 차원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RCY 활동은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우리 사회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행하여진 각종 봉사활동으로는 군 후송 환자복 만들기에 부산 시내 많은 여학교의 학생들이 땀을 흘려 봉사를 한 것이나, 민둥산을 찾아 나무 심기 봉사를 한 것이 초창기 RCY 조직에 크나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활동이다. 또한 방학 기간 중 농어촌 봉사활동으로 낮에는 농사일, 저녁에는 농어민들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여 문맹 퇴치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RCY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호주, 캐나다 청소년들이 보내온 우정의 선물상자(각종 학용품 등)를 받아 취약 계층의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으나, 지금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우정의 선물상자를 만들어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RCY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6월 3~4일 전국 RCY단원 1000여 명이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기념비를 제막하고, RCY전국합동입단선서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태종대에 있는 'UN 의료 지원단 참전 기념비'에 추모활동을 진행하고 서면 롯데백화점 자리에 있는 '스웨덴 적십자병원 터', 대신동에 있는 '독일 적십자 병원 터' 유적지비를 탐방하는 등 1박 2일에 걸쳐 부산 전역에서 많은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단체 업무는 학교 외의 일이라 하여 RCY 지도교사가 되기를 기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RCY 운동의 주축인 단원 수도 격감하였으며, 자연히 사회봉사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근년에 와서 청소년들은 휴대폰,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와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개인주의로 흘러 단체생활의 협동심이 결여되고 사회봉사와 인도주의 인성이 부족하므로, RCY지도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대학 입학 전형 시에 봉사활동의 가산 점수를 주는 것이 미래의 자산인 청소년들이 각종 봉사단체에서 많은 활동으로 사회의 등불이 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160여 년 전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열망에서 탄생한 국제적십자운동은 현재 세계 192개국이 참여하는 범세계적인 인도주의 운동체로 성장하였고, RCY는 이러한 국제적십자운동을 이끄는 미래 동력이자 희망이다. RCY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로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배우며 자라나는 과정에서부터 배려와 봉사, 사랑의 높은 이념을 가지고 활동함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장래를 준비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하여 이바지하는 단체이다.

70년 전 폐허 위에 나무심기 활동으로 시작한 RCY는 나무만이 아니라 이 땅에 꿈과 희망을 심었다. RCY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여 그 발상지가 부산임을 상기하며 청소년적십자 활동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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