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등침하’‘공기 단축’ 기술적 극복… 5년 내 안전 공항 건설 가능[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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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지반 45m 그 아래는 단단한 암반
활주로 건설 후 압축되는 양 수준 미미
가덕수로 높이 70m 초대형 컨 선 운항
한 달에 2.4회 불과, 회피 이착륙 충분
공항 건설사에 유례없는 짧은 공기
조직 효율 배치·공사 시스템으로 해결

정문경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문경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의 발표로 2029년 12월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이 결정되자, 자연스레 공항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등침하(땅이 불균형하게 가라앉는 것)’ 가능성 등 기존 논란이 반복되고 공기 단축에 따른 건설 부실을 예단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부등침하 등은 기술적 검토 끝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공기 단축은 건설 시스템 개선과 충분한 재원 공급만 이뤄진다면 극복 가능한 과제로 분석된다.


■땅 꺼짐, 기술적으로 완전 차단 가능

가덕신공항 구상 초기부터 해상에 공항을 지으면 연약지반 탓에 땅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일본 ‘간사이 공항’이 등장했다. 공사 과정에서 10m 이상 지반이 가라앉고 이후에도 공항 운영에 지속적인 차질을 빚는 등 부등침하로 간사이 공항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해안으로부터 5km 떨어진 인공섬 형태의 간사이 공항과 가덕신공항은 주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간사이 공항은 연약지반인 홍적층과 충적층 등이 수백m 수준에 달한다. 반면 가덕신공항 부지의 연약지반은 45m 정도이고 그 아래는 단단한 암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연약지반을 다지는 공정이 상대적으로 짧고, 이후 활주로가 놓이더라도 땅이 압축되는 양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육상과 해상에 걸쳐 활주로가 지어지면 불균형한 하중으로 부등침하가 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정밀 조사에 따르면, 활주로의 20년 후 예측 부등침하량(0.076%/30m)은 국제기준 허용 부등침하량(0.1%/30m)보다 적어 항공기 운항에 문제가 없다. 홍콩 첵랍콕 공항처럼 첵랍콕과 람카우 등 육상과 해상에 걸쳐 세워진 공항에선 부등침하가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

부등침하 예방을 위한 기술적 진보도 고려 대상이다. 1987년 간사이 공항이 착공한 뒤 4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부등침하를 막기 위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만큼 가덕신공항에서 땅 꺼짐 문제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영국 지브롤터 국제공항,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 확장공사 등에서 부등침하 우려가 제기됐으나 기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 문제 안 돼

가덕신공항 안전성 논란의 단골 메뉴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간섭 문제다. 폭 3.3km 해상로인 가덕수로에 높이 70m를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지나면 항공기 운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의 위협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가덕수로를 지나는 경우가 한 달에 2.4회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충분히 선박을 회피해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는 것.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공항과 가덕수로를 지나가는 선박과의 거리가 100m 이상 확보되기 때문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이 선박과 항공기 간 여유 높이를 100m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 반영된 결과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경우도 선박, 항공기 간 여유 높이를 약 100m로 운영하고 있다.


■짧아진 공기, 도전적 과제

가덕신공항의 공사기간은 9년 8개월에서 5년으로 줄었다. 공항 건설사에서 유례 없이 짧은 공기다. 국토부도 “매우 도전적 과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사를 압축적으로 해야 하는 만큼 자연스레 ‘부실’ 공사를 우려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정부 측은 효율적인 조직 배치와 공사 시스템으로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계획은 공사를 이끌어 갈 전문사업관리조직(가칭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만들고,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사업관리(PgM)를 설계단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PgM은 전체 사업의 최종적인 성공을 위해 사업 초기부터 기획과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단계별로 사업이 이뤄지는 것을 토목·건축·전기·안전시설·관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동시 진행이 가능한 부분과 함께 추진해 효율적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안전성도 확보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충분한 지원과 지속적인 안전성 확보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공사 과정에 필연적으로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데, 충분한 지원이 투입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공사 효율성과 안전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압축적인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가덕신공항 개항에 대한 정부 안팎의 확고한 의지가 필연적이다”면서 “앞으로 여러 난제가 나올 수도 있지만, 예산이나 다른 변수들이 아닌 조기 개항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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