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덕도 신공항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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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화 부산관세사회 회장

2005년 1월 말 부산일보에 실린 글 한 편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북아허브에서 멀어지는 부산항'이라는 제목과 '한국의 최대 무역 관문은 더 이상 부산항이 아니다'는 부제가 달린 글이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려야만 했을까.

이유는 이랬다. 2004년도 부산항과 인천공항·항만 물동량을 비교했는데, 부산항이 금액 면에서 인천에 뒤진 것이다. 부산항 수출입 물동량이 1445억 달러였으나, 인천권은 1835억 달러로 390억 달러나 많았다. 여태껏 중량과 금액에서 한 번도 뒤진 적이 없어 부산항으로서는 자존심이 꺾이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2000년대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권의 반도체, 무선 통신기기 등 소형 첨단제품이 항공화물로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항공화물이 해상화물을 추월한 첫 사례로서 허브 공항의 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이 본래 계획보다 5년 6개월 앞당겨 개항한다고 한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2030엑스포와 관련 지어서도 필요한 인프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기에 기대가 더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물류 중심 국가는 20km 이내에 허브 공항·항만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항은 푸동공항, 홍콩항은 첵랍콕공항을 두고 있고, 이들 항만은 우리와 경쟁 관계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항도 창이공항, 유럽의 로테르담항은 스키폴공항, 중동의 두바이항은 두바이공항을 인근에 두고 있다.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Sea & Air 복합물류체계의 구축은 ‘글로벌 물류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되돌아 보면, 개항 이후 "부산은 조선의 관문이고, 인천은 서울의 관문이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조선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대부분은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인천항을 거쳐 서울로 향했음을 의미한다. 선박이 인적, 물적 운송 수단으로서 힘을 발휘하던 때 항만은 중요 거점이었다.

정부가 수립되고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부산항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물류산업의 메카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환태평양시대를 맞아 부산항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컨테이너항만으로서 기염을 토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가덕도에 신항 건설과 항만 스마트화에 박차를 가해, 오늘날 세계 2위의 동북아 대표적인 컨테이너화물 환적항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부산항은 세월 따라 성장·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오늘날 이 곳에 사는 지역민들의 생활은 그렇게 윤택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발표한 2022년도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에서 부산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뒤에서 두 번째였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미래가 밝지 않으면 더욱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그만큼 도시는 늙어가기 마련이다. 그동안 부산이 수도권 중심 정책에 희생돼 계속 쇠락의 길을 걸어온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 가덕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속에 부산에 희망과 활기가 넘치기를 기대한다. 항만과 조선 산업의 전성기를 뛰어 넘어 경남 진주·사천 지역의 항공우주산업단지와 연계돼 좀 더 새로운 첨단산업이 주변에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항공기 1대에는 부품이 약 400만 개가 들어간다고 하니, 어디 이들 항공기 부품회사가 내수에만 치중하겠는가. 항공정비(MRO) 산업도 눈여겨 볼 만한 분야이다. 어디 그뿐일까? 크루즈선의 모항이 되는 것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은 신공항 공사 착수 축포 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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