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한 구원은 시와 삶이 일치할 때 가능”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규열 시인 시평집 ‘시인의 방식’
부산일보 1년 연재물 50편 묶어

<시인의 방식>. 신생 제공 <시인의 방식>. 신생 제공

이규열 시인이 시평집 <시인의 방식>(신생)을 냈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년간 <부산일보> ‘오늘을여는시’ 코너에 매주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부산 지역 50명 시인의 시 한 편을 싣고, 거기에 단평을 붙인 것으로, 모두 50편이 실렸다. 허만하 유병근 박옥위 최휘웅 서규정 김태수 최영철 조성래 김길녀 김수우 신정민 김미령 등 시인의 이름이 보인다.

그는 “아직도 시는 구원이라 믿는다”며 “자기가 쓰는 시처럼 살아가는 삶이 최고 시인의 삶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시를 통한 구원은 시가 삶과 일치될 때 가능하다는 것일 테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우선 시인들이 너무 많아 부산에서는 시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지경이라는 거다. 이 부끄러운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시를 좋아하는 긍정적인 현상”이라 여겨야 겨우, 힘들게 수긍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시인 명함을 내밀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더 중대하고 깊은 문제는 시가 삶과 따로 간다는 거다. 구원을 위한 시가 아니라 허명을 위한 시를 쓴다는 혐의다. 허명을 좇는 것은 너무 많이 내미는 ‘시인 명함’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규열 시인. 부산일보DB 이규열 시인. 부산일보DB

그는 “시를 잘 쓰기 전에 먼저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몇몇 선배 시인들의 전언을 깊이 새기고자 한다. 애초부터 시는 한갓된 것이고, 인간이 지워진 시는 더더욱 한갓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작고한 이상개 시인의 시 ‘운무 속에 던져지다’를 맨 앞에 소개하면서 “살 만큼 살면 되겠지만/얼마나/사람답게 사느냐/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시인의 일갈이 경외롭다고 썼다. 살을 깎는 듯한 기교, 도저한 깊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꿰뚫는 시를 쓰더라도 결국 문제는 ‘얼마나 사람답게 사느냐’로 귀일한다는 거다. 이것이 어쩌면 시와 삶의 무문관(無門關)일 테다.

그는 “문학의 역할은 소통과 배려”라며 “그래야 타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것은 연습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기가 하는 말과 글대로 사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저부터 새기고자 한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