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대안 없다” 피력
이, 친명 일색 지도부 쇄신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의 주요 당직을 개편하는 것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친문(친문재인)의 구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이 대표 중심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비명계의 퇴진 주장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비명계와 중간 지대 의원들까지 불만을 표출하는 ‘친명 일색’의 지도부에 대한 인적 쇄신 카드로 당 내홍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당 내홍 수습을 위한 당직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직 개편으로 당 내홍이 봉합될 가능성이 있는 배경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경남 양산 사저를 찾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당 단합을 강조하며 비명계의 이 대표 퇴진 주장에 ‘대안이 없다’는 비판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도 지난 17일 만난 문 전 대통령이 ‘당이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비명계 다수를 이루는 친문이 퇴진론에 힘을 싣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직 개편을 수용하더라도, 그 폭을 두고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비명계에서는 쇄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공천권과 밀접한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까지 전면적 교체가 필요하다는 시각인 반면, 친명계는 떠밀리듯 하는 조직 개편은 쇄신 효과가 없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런 수습 방안은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문 전 대통령 발언과 관련, “우리가 문 전 대통령의 ‘꼬붕’이냐. 이 대표 말고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막 하면 안 된다”면서 “당이나 이 대표를 위해서 급한 불을 끄려면 본인의 거취 정리가 필요하다”고 이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