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쇼크에 연준 속도조절·한은 금리 동결 ‘무게’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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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기조’ 미 연준 2주 만에 기류 변화
당초와 달리 ‘베이비 스텝’ 가능성 거론
숨통 트인 한은, 최악의 시나리오 피해
국내 증권가 ‘금리 인상 끝났다’ 예상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 줄도산 위험을 높이는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SVB 사태의 여파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등으로 옮겨가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정책 기조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자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하면 긴축 강도를 조절하거나 동결에 나서야 할 입장에 놓였다. 한국은행의 경우 경기 둔화 우려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친 탓에 지난달에 이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이 오는 21~22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미 연준은 이달 7일(현지시간) ‘강경한 긴축 기조’를 재확인하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당시 “전체적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2주도 안 돼 사태가 급변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SVB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SVB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한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해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미 연준이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고강도 긴축을 쉬어가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 2곳의 파산이 촉발한 금융시장 혼란 여파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빅스텝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JP모건체이스와 블랙록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금리 동결을 전망했고, 노무라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도 이달 17일 기준 ‘베이비 스텝’ 가능성을 79.7%까지 높인 상태다.

주요국의 긴축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WSJ은 “물가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들이 최근 SVB 사태가 촉발한 금융시장 패닉이 더 큰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16일 SVB 사태의 여파로 불거진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은행권 위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ECB의 일부 위원은 이를 우려해 금리 동결을 주장했고, 시장에서는 ECB가 사실상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미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경우 한미금리차가 당장 1.50%P로 확대되지만, 이번 사태로 당초 5월까지 최대 2.00%P까지 벌어지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한은의 올해 추가 금리 인상도 끝났다는 예상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앞서 한은이 연 3.75%까지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연내 동결 수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하지 못한 SVB 사태로 금융 불안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고 Fed의 최종 금리 기대도 낮아졌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은이 SVB 사태 여파로 금리인하 등으로 정책을 급선회할지는 미지수다. 박기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 “아직 통화정책의 피벗(방향 전환)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지금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책무에 충실할 때”라고 말을 아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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