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일운체육공원, 준공식하고도 1년째 방치 이유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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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선거 앞두고 서둘러 공사 마무리
시설 곳곳에 하자 발견돼 준공 승인 못 받아
시 부서 간 행정 엇박자로 BF 인증도 늦어져
국비 등 117억 원 들이고도 아직도 '이용금지'

부실시공과 부서 간 엇박자로 준공식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준공 승인을 못 받아 방치된 거제시 일운체육공원. 김동수 의원 제공 부실시공과 부서 간 엇박자로 준공식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준공 승인을 못 받아 방치된 거제시 일운체육공원. 김동수 의원 제공

국비 등 117억 원을 투입한 거제시 일운체육공원이 준공식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준공 승인을 못 받아 방치되고 있다. 부실시공에다 협의 부서 간 엇박자로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술한 행정 난맥상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제시 일운체육공원은 체육시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민의 건강증진과 생활체육 저변확대를 위해 만든 복합시설이다. 일운면 지세포리 산 61-5번지 일원에 총면적 2만 6993㎡ 규모로 축구장 1면, 테니스장 3면, 풋살장, 농구장을 갖췄다. 국비 11억 원에 시비 80억 원 그리고 석유비축기지(U2) 건설 보상 취지로 받은 지역상생협력금 26억 원 등 117억 원을 투입했다. 2019년 8월 첫 삽을 떠 2년 7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 공사를 마무리한 거제시는 4월 준공식을 열었다. 당시 거제시는 일운면민을 비롯한 시민의 체력증진과 건강한 여가 활동,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운체육공원 주변에 걸린 현수막. 김동수 의원 제공 일운체육공원 주변에 걸린 현수막. 김동수 의원 제공

그런데 정작 시설은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용금지’ 상태다. 시설 주변을 에워싼 그물망과 철조망에는 ‘미준공 시설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는 안내 현수막이 여러 장 내걸렸다. 준공 검사에 필요한 BF 인증을 받지 못한 탓이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동시설은 BF 인증이 의무다. 절차대로라면 실시설계 때 인증 심사 기준에 적합한지 ‘예비인증’을 받아야 한다. 일운체육공원은 2016년 3월 실시설계를 마쳤다. 하지만 관련법 시행(2015년 7월) 초기였던 터라 소관 부서에서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사회복지과와 건축과가 착공 전 관련 내용을 담당 부서에 통보했지만, 생활체육과는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개시했다. 결국, 시공사는 2020년 9월에야 예비인증 용역에 착수했고, 준공식 한 달 후 본 인증 절차가 시작됐다. 현재 협의 과정에서 나온 최종 보완사항 조치를 완료하고 마지막 현장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7개월가량 공사가 중단됐다. 인증 내용을 반영하면서 공사비도 8억 2000만 원가량 증액됐다. 이 과정에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이 ‘실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사가 늦어질 경우, 사업 기간 만료 전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일운체육공원은 애초 2019년 5월 16일부터 2020년 8월 15일까지였다. 하지만 거제시는 2년 넘게 손 놓고 있다가 작년 12월 29일 재신청해 올해 2월 변경 인가를 받았다.

공기에 쫓겨 공사를 서두르는 통에 곳곳에서 부실시공과 하자가 발견됐다. 특히 핵심 시설인 축구장 상태가 심각했다. 준공식 참석자들에 따르면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행사 당일에도 바닥이 마치 진흙을 밟는 것처럼 물렁거렸다. 이 때문에 식후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바닥 기반 공사를 다시 했다.

2022년 4월 열린 일운체육공원 준공식. 당시 준공 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DB 2022년 4월 열린 일운체육공원 준공식. 당시 준공 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김동수 의원은 “지난 주말에도 운동장을 밟아보고 왔다. 지금도 울퉁불퉁 요철 현상이 심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치적 쌓기를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재촉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이대로 시민에게 내줄 순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체육공원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제시는 행정 처리가 미숙했음을 인정하고 보완을 약속했다. 시 관계자는 “잦은 인사이동과 담당자 부주의로 인해 발행한 문제”라며 “업무를 소홀히 한 공무원은 문책하고 지적된 사항은 늦어도 4월 말에는 보완해 준공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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