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인과 선박회사 대표, 두 삶의 항로 모두 순항하고 싶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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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우진선박(주) 대표

네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시간’ 출간
선장·선원 경험담 등 해양시로 담아
해양시만 수록 해양시집 곧 발간도

“선박회사 대표로 활동하면서 선장, 기관장, 선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선장과 기관장에게는 항해 일지를 꼭 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분들이 바다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은 훗날 해양시의 훌륭한 소재가 되기 때문이죠.”

김경희 우진선박(주) 대표이사는 해양산업 분야 CEO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틈날 때마다 시를 쓴다. 우진선박은 석유 원료를 국내 정유회사에 공급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해외로 실어 나르는 케미컬 탱커를 여러 척 보유한 회사다. 우진선박은 김 대표의 남편인 정지원 총괄회장이 37년 전 설립한 회사. 김 대표는 17년 전부터 우진선박 대표이사를 맡아 선원 관리와 부산 중구 중앙동 본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선박회사 대표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얻은 영감을 시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최근 펴낸 네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시간〉은 그러한 결실 가운데 하나다. 시집에는 서정성을 담은 시들도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선박회사 대표의 활동상을 반영한 시들이 눈에 띈다. ‘너를 처음 만난 날/길이 130m 너비 20m 키 35m를 뽐내는 하늘 아래 뫼산이었다/(중략)/자! 출항이다/차오르는 물비늘이 밤을 벗고 천천히 눕는다/태평양, 대서양을 돌아 굳은 가슴 쓸어내며/갈매기 날아드는 푸른 수심에 앵커를 놓자/어둠을 지워가는 안개비가 배 위에 앉는다/등 떠미는 춘분 바람에 베고니아도 미끄러져 간다’(‘새로운 출발-베고니아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중에서).

“작년 8월에 도입한 케미컬 탱커의 출항을 모티브로 시를 썼어요. 제가 배 이름인 베고니아를 지었죠.”

그는 시인으로서, 선박회사 대표로서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먼저 지난해 8월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문인협회가 주관한 제26회 한국해양문학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양시 50편을 제출했는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우진선박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3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경쟁이 치열한 전국 공모전인 한국해양문학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아 매우 기뻤습니다. 또 회사도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수출의 탑을 받아 CEO로서 뿌듯했습니다. 시인과 선박회사 대표라는 서로 다른 삶의 항로에서 모두 순항하고 싶어요.”

김 대표는 해양시로 한국해양문학상을 받은 여세를 몰아 해양시만 수록한 해양시집을 조만간 발간할 계획이다.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하는 그는 1980년대 부일여성합창단 단장을 경험한 뒤 동의대 음대에서 성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동의대 음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성악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부산 시사위 예술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배려와 믿음 덕분입니다. 아버지 사업을 승계해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늘 업무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부산과 서울의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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