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들 모여라… 피보나치 나선 공간서 계산 대신 체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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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학문화관 가보니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부산수학문화관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의 흥미를 찾을 수 있는 다채로운 수학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수학문화관 내 수학놀이관에서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부산수학문화관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의 흥미를 찾을 수 있는 다채로운 수학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수학문화관 내 수학놀이관에서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우리 아이는 언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됐을까? 우리 아이도 수포자가 되는 걸까? 내가 수포자가 된 순간은 아마 ‘분수를 처음 만났을 때’ ‘누가 자꾸 소금물을 섞을 때’ ‘철수와 영희가 다른 속력으로 달릴 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학 포기자에 대한 농담이다. 학부모, 학생 모두 한 번쯤 해본 걱정인지라 마냥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3707명과 교사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다수의 교사와 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나눗셈과 분수, 그리고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수포자 양산의 첫 고비로 지적했다. 초등학교 6학년의 11.6%가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생각했으며, 설문 응답 학생 44.9%가 수학으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저학년 아이에게는 수학의 흥미를 붙이고 수포자가 된 고학년에게는 다시금 수학의 세계로 이끌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부산에서 3월부터 수학의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본격 운영을 시작한다.

삼각형과 사각형의 조화로 입체적으로 꾸며진 부산수학문화관 외관.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삼각형과 사각형의 조화로 입체적으로 꾸며진 부산수학문화관 외관.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외관부터 눈길 사로잡는 수학 공간

부산진구 부전동에는 삼각형과 사각형이 뒤섞인 건물이 있다. 5층 건물 전체가 수학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 수학 건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이달 정식 개장한 부산수학문화관이다.

부산수학문화관 건물 곳곳에는 수학이 녹아 있다. 건물 내부 3층과 5층은 역피라미드 모양의 통로로 연결돼 있다. 수학책에서 보면 따분했던 삼각뿔, 사각뿔, 정육면체와 같은 도형들이 건물 속에 자연스레 구현돼 따분함보다는 호기심과 탄성을 자아낸다.



언뜻 생각하면 ‘수학 박물관’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박물관보다는 수학문화관은 아이들의 흥미를 깨우는 체험관에 가깝다. 건물 내부에서는 퍼즐놀이, 보드게임이 가능하고 다면체 포토존에선 아르키메데스, 카탈랑 등 고대 수학자들과 인증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수학을 공부하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도 진로체험관에서 만날 수 있다.1층 수학놀이관은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 저학년을 위한 공간이다. 피자 모형 퍼즐, 아이스크림 가게 속 수학 체험 놀이 등 아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다. 건물 야외를 둘러싼 ‘피보나치 나선’을 본딴 계단도 기하학적인 나선을 말 대신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주말 홈페이지 사전 예약(하루 선착순 500명)으로 이용할 수 있고 평일에는 학교 단체 학생들의 관람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해 6000여 명의 학생들이 부산수학문화관을 다녀갔다.


교과서 속 도형이 그대로 구현된 내부 모습.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교과서 속 도형이 그대로 구현된 내부 모습.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다채로운 수업으로 ‘수포자’ 탈출

수학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열리는 주말, 방과 후 프로그램은 흥미를 넘어 학생들의 실질적인 수학 실력 향상을 돕는다. 이달 25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융합수학 강좌가 열린다. 수학 기반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 6개 단원 별 주제로 단순 연산, 수학을 주제로 한 글쓰기, 수학적 지식을 활용한 알고리즘 만들기 등이 융합 수학 시간에 이뤄진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거리 측정, 기하 모형을 활용한 프렉털 등의 수업도 진행된다.

다음 달 매주 화, 목요일 방과 후 시간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수학으로 배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학생들과 함께한다. 주말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영어로 하는 체험 수학 교실도 학생들을 맞이한다.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수학을 수학문화관에서 체험하고 공부하는 취지다. 이달 초부터 부산수학문화관 홈페이지에서 접수 중인 일부 프로그램은 수업 정원이 조기에 마감 될만큼 인기가 좋다.

수학이 고민인 있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클리닉도 운영된다. 학생이 수학으로 겪는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매주 주말마다 하루 최대 4명씩 일대일 전담 클리닉이 제공된다. 학생 또는 보호자가 클리닉 신청 과정에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그 분야에 맞는 전문가, 교사에게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함수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수학 성적 저하 등의 고민 상담을 원하면 관련 전문가가 공부법이나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김진태 부산수학문화관 관장은 “수학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자연스럽게 수학과 가까워 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며 “체험관을 넘어 실제 학생들의 수학 능력 신장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수학문화관 프로그램 신청은 부산수학문화관 홈페이지(https://bmcm.pen.go.kr)에서 보호자, 학생 등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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