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 모항 거점 항공사 확보, ‘100년 공항’ 필수 조건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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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항공사 있어야 수요 맞춘 노선 운영
통합 저비용항공사 본사 유치 물 건너가
가덕, 주인 없는 공항 될 우려 높아져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 현실적인 대안
독자 생존해도 몸집 불려야 제대로 기능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 연말로 결정되자 신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거점항공사’ 육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의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본사 부산 유치가 사실상 어려워진 탓이다. 항공업계에선 “규모 있는 항공사가 가덕신공항을 ‘모항’으로 삼아 운항해야 ‘신공항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항공사 소멸 우려

통합 LCC 유치를 통한 '지방공항 활성화'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발표 당시 정부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는 “(통합 LCC 본사 입지는)항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인천공항에 통합 LCC 본사를 두겠다는 대한항공의 방침을 받아들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초대형 항공사’가 되는 대한항공이 ‘인천공항 집중’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가덕신공항은 ‘주인 없는’ 공항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대한항공은 ‘노선 점유율’ 논란 때문에 가덕신공항 노선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실제 최근 부산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연결하라는 노선 개설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은 노선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이 노선을 받으면 대한항공 그룹 전체 노선 점유율이 높아져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덕신공항이 개항 후 조기에 활성화되려면 항공사들이 ‘가덕 노선’을 적극 운항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LCC의 한 관계자는 “항공 노선은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특징이 있다”면서 “가덕신공항 역시 항공사들의 노선 개발 여부에 따라 활성화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2030세계박람회 개최 문제도 있어 신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지역항공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이 LCC 통합으로 사라지기 전에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모 있는 항공사 꼭 필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해외 당국의 심사가 늦어져 부산의 지역항공사 존폐도 미정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2029년 개항 일정을 감안하면 부산의 지역항공사 문제도 조기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기 21대를 보유한 에어부산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더라도 가덕신공항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몸집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선 “50대 안팎의 항공기를 갖춰야 신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형항공사(FSC)가 가덕신공항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형항공사 합병 정책을 펴면서 국내에 대형항공사는 1개만 남을지 모른다. 다만 외신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실패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경우 ‘해외 자본’이 아시아나항공 매수자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의 한 항공 전문 매체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자본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국 투자 기관의 지분을 UAE 자본이 49.99%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항공업 해외 자본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금력이 충분한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 대형 지역항공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리야드·오사카의 지역항공사 역할

신공항에 왜 지역항공사가 중요한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일본 오사카 등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30년까지 활주로 6개를 갖춘 ‘리야드 신공항’을 만드는 사우디는 초대형 국영 항공사도 추가로 설립한다. 사우디는 제2국영 항공사인 리야드 에어를 만들면서 기존 국영항공사인 사우디아를 홍해 인근의 제다에 배치해 ‘2개 허브 공항’을 운영할 방침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PIF’는 최근 보잉과 RIA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마무리했다.

일본 간사이 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피치항공’ 사례도 있다. 피치항공은 2025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 전인 2018년 2월 일본 엑스포 위원회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피치항공은 “간사이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유일한 항공사로서 오사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공식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피치항공은 특히 “오사카 시민에 의해 오사카에서 탄생한 항공사로서 오사카의 엑스포 유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며 지역항공사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피치항공은 항공기 30여 대를 갖춘 소형항공사지만 간사이 노선을 집중 개발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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