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황사철인데다 나홀로 맨얼굴 눈치 보여서…” 마스크 안 벗는 사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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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대형시설 내 개방형 약국
대중교통 마스크 자율화 첫날
출근시간 도시철도 1호선 승객
주변 시선 심리적 부담 영향
50여 명 중 2~3명만 마스크 탈피
호흡기 질환 예방 효과 장점에
마스크 생활 습관 돼 착용하기도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의 한 도시철도 승강장에서 대다수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의 한 도시철도 승강장에서 대다수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늘어야 저도 따라 벗을 것 같아요.”

20일 오전 8시 10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1번 출구. 도시철도 역사를 벗어나며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던 공 모(24) 씨는 마스크를 외투 주머니에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

열차 안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공 씨는 “집에서 나설 땐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려고 했다. 막상 도시철도를 타 보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치가 보였다”면서 “지난 번 실내 마스크 해제 때처럼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아져야 나도 따라 벗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등 대형시설 내 개방형 약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약 2년 5개월 만에 해제됐다. 앞으로 승강장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도시철도나 버스, 택시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이지만 이날 오전 8시께 다대포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는 도시철도 1호선 열차 한 칸에 탄 승객 50여 명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는 포스터나 안내 문구는 없었고, 객실 안내 방송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 자율화가 무색해지는 출근길 풍경이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공문을 전달했다. 기관사가 오작동으로 마스크 착용 방송을 틀었을 수 있다”며 “승강장과 대합실 방송의 경우 현재 서면역을 시작으로 모든 정류장에서 마스크 착용 안내 방송을 제거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섣불리 마스크를 벗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 사람이 모두 얼굴을 가렸는데, 나 홀로 맨얼굴을 드러내기에는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던 김 모(57·연제구) 씨는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닐 수 있어 해방감이 든다”면서도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다른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최근엔 봄철 미세먼지가 심하기 떄문에 마스크 착용을 지속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면역 9번 출구에서 만난 김동화(34·동래구) 씨는 “어차피 황사철에는 마스크를 계속 썼다”며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한 만큼 당분간 마스크를 벗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장영환(73·동래구) 씨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고 다른 호흡기 질환도 예방할 수 있어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익숙해져서 전체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분위기가 돼도 나는 계속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손목에 걸거나 목걸이로 매는 등 착용 여부와 관계 없이 마스크를 들고 있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2년 5개월 만에 마스크를 집에 둬도 괜찮다는 게 적응이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시철도 탑승 때만 마스크를 쓴다는 나름의 ‘절충안’을 마련한 시민도 있었다.

중앙역 역사 통로를 통해 회사로 출근하던 강 모 씨는 “사람이 밀접한 도시철도 내부에서만 마스크를 쓴다”며 “승강장이나 도시철도 지하통로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벗으면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한다면서 감염병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배우용 동아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독감 환자가 다소 증가했다”며 “일반적인 감기 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발 씻기나 양치질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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