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 발의 조례 첫 제정 '풀뿌리 민주주의'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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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구민, 아동돌봄 조례 직접 만들어
자치분권 위해 발안 제도 활성화 절실

2022년 11월 22일 부산 동래구 주민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만들려는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 청구인 4200명의 서명을 동래구의회에 제출했다. 부산일보DB 2022년 11월 22일 부산 동래구 주민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만들려는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 청구인 4200명의 서명을 동래구의회에 제출했다. 부산일보DB

부산 동래구의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안이 이달 20일 구의회에서 가결됐다. 조례안의 동래구의회 통과가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구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직접 만들고 발의한 조례안이 제정에까지 이른 것이다. 지난해 1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발안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에서 제정된 최초의 조례이기도 하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칠 경우 지역을 주도적으로 바꿔 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의 완전한 정착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앞으로 주민 조례 발의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동래구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 제정이 가능했던 건 주민조례발안법 덕분이다. 이 법 시행으로 지역민이 조례안을 만들면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지방의회에 바로 제출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안착과 주민 참여 확대를 위해 조례 발의에 필요한 절차와 요건을 대폭 간소화한 게다. 이번에 제정된 조례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는 지역민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지자체가 여러 부서에 나뉜 18세 미만 아동 돌봄정책을 하나로 합쳐 통합지원 종합계획 수립, 실태조사 등으로 실효적인 제도를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주민들 스스로 시급성을 감안하고 눈높이에도 맞춘 조례인 만큼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잘 이행되길 바란다.

한편으로는 주민 발의로 제정된 조례가 부산에서 처음 탄생하는 데 1년 2개월이나 소요된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 기간에 동래구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 말고는 주민 조례 제정 건수가 전무하다는 것은 주민조례발안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일 테다. 원인은 다양하다.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진해 국민 다수가 제도의 중요성과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심과 지원도 미흡해 주민의 조례안 발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동래 구민이 이뤄낸 조례 제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대가 커졌지만, 여전히 주민주권 강화 차원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주민 조례안 발의가 쉬워졌으므로 정부와 지자체, 지방의회가 제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다. 이를 위해 지역민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 주거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안을 발굴해 조례 발의로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렇게 되면 주민 생활 불편과 민원을 많이 해소하며 지역 발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가뜩이나 부산 기초의원들은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조례 제정에 소홀하거나 제정한 조례 상당수도 다른 곳에서 베껴 쓸모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따라서 시민 스스로도 지자체와 지방의원들이 이해관계에 얽혀 등한시한 분야의 어젠다를 찾고 논의해 조례로 만들려는 열의를 가져야 마땅하다. 자치분권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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