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는 제로섬 아니다”… 장장 23분 걸친 대국민 설득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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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평소보다 긴 원고지 52매 분량
“한·일 관계 방치” 전임 정부 직격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나 사과”
“노력하면 윈윈 관계 될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며 직접 ‘대국민 설득전’에 나섰다. 일제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일 관계 정상화 노력에도 야권 공세와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일 관계와 관련,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며 “한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모두 발언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23분간 이어졌다. 통상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짧게는 5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았는데 이날은 이례적으로 길었다. 글자 수로는 5700여 자(200자 원고지 기준 52매)에 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전임 정부’라고 직접 거론하면서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작금의 엄중한 국제 정세를 뒤로 하고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에 ‘굴종 외교’를 했다고 맹비판하는 야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언급하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를 거론했다. 이와 함께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1972년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며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 것,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 국교 정상화 등 사례를 나열하며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강제징용 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에도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따른 안보·경제·문화 등 전방위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 특히 “선제적으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협력과 관련해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으로 한·미·일과 한·일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또 경제 분야 협력 사례로 최근 발표한 경기도 용인시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유치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산 제품 전반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은 경제규모 세계 3위의 시장”이라며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협력 분야 대화 채널 신설, 양자 우주 바이오 공동연구 지원, 연구·개발(R&D)과 스타트업 공동펀드 조성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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