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좁아 복도에 유물 놔둔 국립해양박물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비닐로 덮은 채 하역장 등에 방치
온도·습기 관리 안 돼 훼손 우려
설계 당시 수용 규모 고려 안 돼
별관 건립 예산은 해마다 후순위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수장고 입구 복도에 보관 중인 중대형 유물.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수장고 입구 복도에 보관 중인 중대형 유물. 강선배 기자 ksun@

국내 유일의 종합해양박물관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이 수장고 공간 부족으로 중대형 유물을 하역장이나 복도에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해양 유물 훼손 우려는 물론 ‘해양수도 부산’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립해양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수장고에 보관되지 못한 채 외부에 나와 있는 유물은 모두 13점이다. 선박, 선박부품, 패총, 작살 기계 등 대부분 중대형 유물이다. 이들 유물은 박물관 하역장과 수장고의 복도 등에 비닐에 덮인 채로 놓여 있다. 제주 전통배 ‘테우’ 등 일부 유물은 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해패총 단면도의 경우 2016년부터 수장고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방치돼 있는 등 일부 유물은 길게는 6년여 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건을 싣고 나르는 하역장이나 건물 복도에는 수장고와 달리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 장치가 없다. 또 화재나 누수 등 재해에도 취약하다. 이로 인해 수장고 밖 유물은 훼손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전경. 부산일보DB

김도용 전 동주대 박물관장은 “유물은 온도나 습기에 예민해서 반드시 적절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항온·항습이 안 되는 곳에 유물을 장시간 두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중대형 유물이 수장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로는 수장고 포화 상태로 인한 공간 부족과 당초 중대형 유물 관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건물 구조 설계가 꼽힌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개관했는데, 개관 직후부터 수장고 크기가 작아 중대형 유물을 보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고 총 면적은 3289.47㎡이며, 용도별로 9개 수장고가 있다. 작은 곳은 275.40㎡이고, 가장 큰 곳은 509.20㎡다. 이 정도 크기로는 부피가 큰 유물을 넣을 공간이 없는 셈이다. 현재 총 2만 6000여 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고, 주로 소형 유물이다. 수장고 공간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장고 앞 복도가 ‘ㄱ’자 형태이다 보니 선박같이 큰 유물은 해체하지 않고는 옮길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박물관 전문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었던 종합해양박물관이다 보니 설계 단계부터 대형 해양 유물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해양박물관 측은 유물 수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시 콘텐츠 약화로 이어진다. 유물을 추가로 수집하더라도 대부분 소형일 뿐 대형 유물은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양박물관 관계자는 “해군에서 퇴역 선박을 기증하고 싶다며 연락했지만 여건상 받을 수 없었다”며 “중요한 해양 유물을 구매할 기회를 번번이 놓치기도 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백승주 국립해양박물관 전시기획팀 팀장은 “앞으로 꾸준히 유물이 들어올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수장고가 필요하다”면서 “몇 년 전부터 박물관 주차장 부지에 별도 전시관을 짓고 중대형 수장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국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예산 확보를 목표로 이달 중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