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11) 거친 삶 살아온 이들의 결기, 방정아 ‘바다 끝에 선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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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아(1968~)는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 학사와 동서대 디자인전문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에도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이다. 방 작가는 회화 작품을 통해 ‘지금, 여기’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일상적이고 친숙한 동시대 풍경을 화폭에 옮기며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 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150여 차례 기획전에 참가한 바 있는 방 작가는 2019년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에 참여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방 작가의 작품을 총 7점 소장하고 있다. 방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 작가로 선정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를 가지기도 했다.

1990년에서 2000년대 후반까지 방정아 작가는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사건 또는 인물을 주요 주제로 다루었다. 그는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여성 문제’를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다루는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의 시선은 일상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부조리한 사건에 꾸준히 응답해 왔다.

1993년 작품 ‘바다 끝에 선 여인들’은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몇 남지 않은 초기작 중 하나이다. 시대성을 인식하고 부산의 여인들과 바다를 등장시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93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것이다. ‘민중미술의 특징을 동반하면서도 격동의 시대에 강한 의지를 표출하는 여성의 이미지로 여성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산 형상미술의 범주 안에서도 거론된 작품이다.

‘80년대’라는 명칭이 아직 낯설지 않을 무렵 그려진 ‘바다 끝에 선 여인들’은 첫눈에도 시퍼런 결기로 뭉쳐있다. 날카로운 선과 강한 붓 자국, 신경질적이지만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색채, 무게 있는 볼륨감, 그리고 화면을 꽉 채운 채 당당하게 서 있는 인물들의 배치가 돋보인다. 이 구도는 거친 삶을 살아온 여인들의 육체에 기념비적 엄숙성을 부여한다.

또 화면 중앙에 비어 있는 공간을 둠으로써, 인물들을 좌우로 나누는 조형적 배려를 하고 있음에도 결국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인물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인물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심적인 에너지는 캔버스의 바다 끝으로 공간을 확장한다. 방 작가는 현재도 작품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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