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복도로 고도제한, 시민 합의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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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재개발로 경관 보존 취지 퇴색됐다”
개발·보존 조화된 원도심 재생 고민해야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의 고도제한 해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동구의 산복도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의 고도제한 해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동구의 산복도로 전경. 부산일보DB

산복도로 고도제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선 지자체들이 산복도로 고도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부산 원도심 일대를 잇는 망양로 주변 최고고도지구를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원도심 주민들과 난개발을 우려하는 부산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그런데 최근 북항재개발 이슈와 맞물려 원도심 지자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나 구의회 차원에서 해제 요구가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일선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도제한 열쇠를 쥐고 있는 시도 절대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논의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중구청은 올해들어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중구 망양로 일원에 대한 고도제한 완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동대신 지구, 영주 지구, 보수 아파트 지구, 시민아파트 지구 등 총 4곳이 대상이다. 용역 제목에서 보듯 해제 추진을 위한 것이다. 동구청도 지난해 12월 용역에 착수해 고도제한 해제를 검토 중이다. 서구청은 시에 고도제한 해제 요청까지 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들은 북항재개발로 초고층 건물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바다 조망권을 보장한다는 고도제한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입장이다. 원도심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동부산에 비해 낙후된 원도심의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도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용역에서 고도제한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라 밝혀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문제는 시가 주민 민원을 이유로 고도제한을 일률적으로 해제하면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북항재개발로 일부 구간 조망권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산복도로 경관이 유지되는 곳이 더 많다. 특히 원도심은 부산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관광 자원과 경관 측면에서 보존의 필요성 또한 높은 곳이다. 도시재생과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고도제한 해제를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제대로 된 논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동구 범천~서구 서대신교차로 8.9㎞ 산복도로 구간은 1972년부터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50여 년간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주거 환경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도심 원형과 경관 보존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북항재개발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추려면 난개발로 이어질 획일적 고도제한 해제가 아니라 개발과 보존을 조화시키는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새로운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시는 2020년 ‘물길·도심길·하늘길’을 주제로 원도심 대개조 구상을 발표했지만 이후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산복도로 고도제한 해제에 앞서 북항 신도시와 원도심의 원형을 조화롭게 결합해 다시 사람들이 몰리는 원도심을 만들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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